바이든 '반도체·배터리 행정명령' 목표는? 中 보복 대비· 美 경제 챙기기

미국 산업 4대 핵심 품목 검토 행정명령 서명
국방·보건 등 6개 분야도 1년간 검토 후 조치
백악관 "차량용 반도체 부족 美 일자리 타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관한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반도체 칩을 들고 명령의 취지를 언급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반도체,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미국 주요 산업에 필요한 4대 핵심 품목 공급망(supply chain) 평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 분야 현황을 점검해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작업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방위 중국 압박 정책이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백악관 “100일 검토 후 필요 조치”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서명한 행정명령은 ‘연방 기관이 반도체 등 4개 영역 공급망 취약성을 100일간 검토하라’는 내용이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중국 등 해외 공급자에게 과도한 의존을 하고 있는지, 극한 기후나 환경 요소 등 다른 취약점은 없는지 검토하게 된다. 또 △국방산업 △보건 △정보통신기술(IT) △에너지 △교통 △농업 및 식량 생산 등 6개 분야 공급망도 1년간 평가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주요 산업 품목의 공급망 상태를 점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백악관은 “검토 결과에 따라 행정부는 의회와 함께 필수 제품 공급망 관련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공급망에서 위험이 확인될 경우 미국 기업들을 중국 등에서 미국 본토 또는 동맹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일자리 확보ㆍ中 견제용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나타난 미국 내 의료장비 부족 사태,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같은 상황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백악관은 “최근 자동차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줄어들면서 미국 노동자에게도 타격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4대 핵심 품목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미국 일자리 챙기기도 어렵게 된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 공약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또 중국이 희토류, 배터리 등 4대 품목 수출을 통제해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도 있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 때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일본을 압박한 선례도 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 견제를 멈추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의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백악관은 “이번 명령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화당도 호응…美 초당적 대처

포드와 GM 등 미국 자동차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미국 안팎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 의회를 통과한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의회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투자하는 기업에 연방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의회는 아직 관련 출연금을 책정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카멀라 해리스(왼쪽 두 번째) 부통령과 함께 민주·공화 양당 초당파 상·하원의원들을 만나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민주ㆍ공화 양당 초당파 상ㆍ하원의원 10여명을 만나 반도체 문제도 집중 논의했다. 그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자동차 생산라인 가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난 칩(반도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차세대 반도체 국내 제조에 투자해 중국의 공급망으로부터 미국을 더 보호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라고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