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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먼저? 정치인부터? 각국 백신 '1호 접종자' 살펴보니

입력
2021.02.23 08:51
수정
2021.02.2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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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 20개국 1호 백신 접종자 살펴보니
전 세계 1호 접종자 90세 영국 할머니
미국 1호 접종자는 이민자 출신 흑인 여성 간호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초읽기에 들어간 2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초읽기에 들어간 2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국내에서도 26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국내 '1호 접종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 5,873곳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하루 뒤인 27일부터는 화이자 백신으로 의료진 접종이 시작된다. 접종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국내 1호 접종자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세계 각 나라 정부는 '1호 접종자'로 누구를 선정했을까. 1호 접종자는 각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지닌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뉴스 메이커가 되고 있다.

23일 한국일보가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주요 20개국(영국, 스위스, 코스타리카, 독일, 프랑스, 스페인, 호주, 미국, 캐나다, 멕시코, 이탈리아, 볼리비아, 인도, 일본, 콜럼비아, 세르비아, 인도네시아, 터키,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백신 접종순)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각국 1호 접종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대상은 고령자로 나타났다.

20개국 중 8곳에서 고령자를 최우선 접종자로 선택했다. 의료진과 정치 지도자는 각각 7개국, 5개국으로 뒤를 이었다.


접종국 중 40%는 가장 취약한 고령층에 첫 접종

82세의 은퇴한 정비 관리자 브라이언 핑커가 지난달 4일 영국 옥스퍼드의 처칠 병원에서 수간호사 샘 포스터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뉴시스

82세의 은퇴한 정비 관리자 브라이언 핑커가 지난달 4일 영국 옥스퍼드의 처칠 병원에서 수간호사 샘 포스터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뉴시스

각국 1호 접종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집단은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고령자였다.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을 포함해 8개 나라가 고령자를 최우선 순위에 뒀다. 면역력이 약하고 치사율이 높은 고령층에 1호 접종 기회가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1호 접종자로 90세 마거릿 키넌 할머니를 선정했다. 그는 같은 달 8일 영국 코번트리대 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고 세계 1호 백신 접종 주인공이 됐다.

80세 이상이거나 요양병원 거주자와 직원, 고위험에 노출됐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국민보건서비스 직원 중 나이 순으로 접종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당시 키넌 할머니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첫 번째 사람이 된 것 때문에 너무나도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19에 가장 위험한 고령층을 가장 먼저 챙긴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안심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에 이어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주로 고령층에서 1호 접종자가 나왔다.

스위스 루체른 요양원에 사는 90세 할머니, 독일 할버슈타트 요양원의 101세 할머니, 프랑스 센생드니주 병원 산하 요양시설 거주자인 78세 할머니 등이 자국 내 첫 번째 백신 접종의 주인공이 됐다. 모두 장기 요양시설에 머물고 있는 노인으로, 연령대는 71~101세까지 다양했다.

7개 나라는 환자 지킬 의료진 선택

미국 뉴욕시 퀸스의 롱아일랜드 주이시 병원에서 지난해 12월 간호사 샌드라 린지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미국 뉴욕시 퀸스의 롱아일랜드 주이시 병원에서 지난해 12월 간호사 샌드라 린지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미국을 포함해 7개 나라에서는 의사, 간호사 등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있는 의료진을 백신 1호 접종자로 택했다. 백신의 안정성을 보여주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최대 확진자'를 기록한 미국은 지난해 12월 14일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봐온 간호사를 1호 접종자로 선택했다. 주인공은 샌드라 린지로 미국 뉴욕 퀸스 롱아일랜드 주이시 메디컬 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다.

당시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소수 계층의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했다는 점에서 의료진 중에서도 흑인 여성이자 이민자 출신인 의료진을 미국 내 최초 백신 접종자로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접종을 시작한 일본 역시 의료진이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NHK 등에 따르면 17일 아라키 카즈히로 도쿄의료센터 원장을 포함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12명이 1호 접종자가 됐다.

아라키 원장은 접종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접종을 먼저 하는 것이 직원과 환자들의 감염 방지에 도움이 된다"며 "조사 연구 결과가 백신을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는 데이터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총리 '1호 접종' 나선 나라도 5곳

1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한 병원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케이프타운=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한 병원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케이프타운=연합뉴스

대통령이나 총리, 보건장관 등 정치 지도자들이 '1호 접종자'로 접종한 곳은 5개 나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들이 먼저 접종에 나선 사례다.

지난해 12월 발칸 반도의 세르비아에서 아나 브르나브치 총리가 가장 먼저 화이자 백신을 맞았고, 접종률 82%로 세계 최고 접종률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에서도 같은 달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1호 접종자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지난달 13일 가장 먼저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하며 "국민들에게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터키의 경우도 1호 접종은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한 파흐레틴 코자 보건부장관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7일 1호 접종자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나서 미국 제약사 존슨앤존슨 계열사 얀센 백신을 맞았고, 즈웰리 음키제 보건 장관이 그 뒤를 따랐다.

접종 초반에는 고령자와 의료진 등으로 무게 중심이 쏠렸던 반면 최근에는 일부 백신의 부작용이 문제시되거나 접종 거부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방역 책임자가 1호 접종자로 나서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사례도 보인다.


주요 20개국 1호 접종자 구성



손효숙 기자
이은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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