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 땀 흘리는 농부 잊어라… 스마트팜으로 편하게 짓고 고수익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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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 땀 흘리는 농부 잊어라… 스마트팜으로 편하게 짓고 고수익 얻는다"

입력
2021.02.23 06:00
수정
2021.02.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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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모닝'으로 데이터 농업 개척한 신상훈 그린랩스 공동대표
데이터 농업 기술과 스마트 팜도 해외 수출

농업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모습이 있다. 농부로 통칭되는 노인들이 뙤약볕 아래 밀짚모자를 쓴 채 쪼그리고 앉아 일을 하며 한 손으로 흐르는 땀을 훔치는 그림이다.

그러나 오늘날 농업은 다르다. 넓은 땅에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원격제어기계가 놓여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공장 같은 건물에 태양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비추는 선반에는 각종 작물이 자란다. 이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관리한다. 이제 더 이상 밀짚모자가 농부의 상징이 아닌 세상이 됐다.

그동안 변화의 물결이 더뎠던 농업도 정보기술(IT)을 만나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령화, 탈농, 생산력 감소 등 부정적 단어가 우선했던 농업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가장 변화가 빠른 산업이 되면서 무한대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농업이 모든 것의 근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농업은 식량 안보와 직결되며 사람들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와 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팜에 투자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구글, 아마존, 소프트뱅크, 바이엘 등 세계적 기업들이 농업 관련 신생기업(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데이터 농업을 표방한 스타트업 그린랩스의 신상훈(왼쪽) 공동대표와 김사랑 커머스전략본부장이 서울 송파 법원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스마트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재훈 기자


“농사, 이제 편하게 지어야죠”

주목 받는 농업 스타트업 가운데 국내에서 독보적인 곳이 그린랩스다. 2017년에 신상훈 (41) 공동대표가 동료들과 창업한 그린랩스는 데이터 농업을 표방하는 스타트업이다. 데이터 농업이란 경험과 막연한 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과학적인 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재료를 사용해 작물을 키우고 어떻게 팔지 생산부터 판매까지 현명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IT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과학적으로 돕는 것이 데이터 농업입니다. 이를 통해 농가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죠.”

이를 위해 신 대표는 ‘팜모닝’이라는 서비스 브랜드를 만들었다. “팜모닝은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경영을 위한 모든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제공해 의사 결정을 돕는 각종 도구를 통칭하는 브랜드에요. 농작물과 동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날씨 정보, 종자와 농약 정보, 각종 기자재 정보, 여러가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농업 지식인 서비스, 유통 정보 등을 제공하죠. 여기에는 IoT 감지기와 각종 자동화 장비, 이들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와 스마트폰 앱 등이 포함됩니다.”

각종 IoT 감지기와 자동화 기기 등은 그린랩스에서 직접 개발한다. “아직까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장비들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없어서 직접 개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팜 시장을 개척하는 셈이죠.”

뿐만 아니라 팜모닝은 농작물 판매에 가장 중요한 도매 시세 정보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정부 허가제로 운영하는 각종 도매법인들의 거래 이력을 분석해 제공하고 경쟁 작물의 시세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어떤 시장에서 작물을 팔아야 할 지 판단할 수 있게 돕죠.”

재미있는 것은 초보자들도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귀농 서비스도 지원한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초보 농부들에게 스마트팜 시설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까지 대행해 주는 것이다. “애플수박 지원이 대표적인 경우에요. 종자 정보와 생육 방법을 알려주고 종자를 살 수 있도록 금융지원과 기자재까지 공급해 줍니다. 수확철이 되면 대신 사들여서 판매까지 해주죠. 이런 식으로 지원하는 작물이 3,4종 되는데 더 늘릴 생각입니다.”

서울 송파구 법원로의 그린랩스 사무실 입구에 스마트팜을 알리는 채소 재배 시설이 설치돼 있다. 태양광 대신 LED를 이용해 빛을 비추고 물을 통해 양분을 공급한다. 서재훈 기자


“농가 매출을 끌어올려 줍니다”

스마트 농부가 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만 하면 각종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린랩스는 각종 기자재를 구매 대행하거나 작물을 대신 팔아주면서 소정의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린다. 매출을 보면 그린랩스의 무서운 성장세를 알 수 있다. 창업 후 2년 만인 2019년 95억원, 지난해 2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000억~2,000억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고속 성장을 하고 있어서 직원도 현재 130명에서 올해 개발, 유통 등 전분야에 걸쳐 300명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그만큼 팜모닝 이용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이용자가 2만명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1분기에 10만명이 될 전망입니다. 팜모닝을 이용하면 편하고 비용이 적게 들며 무엇보다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 보이거든요.”

대표적으로 이용자들이 반기는 것이 농자재 구매다. “농가에서 가장 많이 요청하는 것이 농자재 구매에요. 농가들은 연간 10조원에 이르는 비용을 농자재 구입에 사용합니다. 허가업체 외에 판매를 금지한 농약을 제외하고 농가에서 편하게 농자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전세계 관련업체들을 인터넷으로 연결시켰어요. 팜모닝 이용자들은 그동안 발품을 팔며 오프라인에서만 살 수 있었던 농자재를 이제 편하게 앉아서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죠. 앞으로 거래 품목을 계속 늘릴 겁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농가 소득을 올려주기 위해 ‘그린 릴리’라는 자체 상표(PB)와 같은 이름의 온라인 쇼핑몰도 만들었다. 당도가 높은 금실딸기처럼 고품질의 농산물에 그린릴리 상표를 붙여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신발 쇼핑몰 ‘슈즈몰’을 창업해 매각하고 대웅제약 온라인사업을 총괄했던 전자상거래 전문가 김사랑(30) 전 슈즈몰 대표를 커머스전략본부장으로 지난해 9월에 영입했다. 김 본부장은 그린랩스에 합류하자마자 파워 유튜브와 협력해 실시간 인터넷 쇼핑 방송(라이브 커머스)으로 10분 만에 금산딸기 1,000만원어치를 판매하는 성과를 보였다. “농가는 심혈을 기울여 키운 작물의 값어치를 제대로 받을 수 있어 좋고 소비자들은 돈을 더 주더라도 믿을만한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거죠. 올해 채소류까지 PB 상품으로 늘리려고 준비 중이에요.”

김 본부장은 팜모닝을 이용하는 농가의 작물을 모두 고품질의 그린릴리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요리 상품(밀키트)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할 계획이에요.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과일, 채소류의 인터넷 판매가 늘어서 외부 온라인 쇼핑몰들과 협력도 적극 고려중입니다.”

신상훈 그린랩스 공동대표는 농업을 "여러 산업 가운데 아직까지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기회의 땅"이라고 본다. 그는 "앞으로 데이터 농업 기술을 해외에 적극 보급하고 스마트팜을 수출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한국이 데이터 농업 강국으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재훈기자


“농장도 수출합니다”

원래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의 펀드 매니저였던 신 대표는 전자책 스타트업 리디북스의 초기 구성원이었다. 이후 그는 데이팅 앱 ‘아만다’로 유명한 넥스트매치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온라인 쇼핑플랫폼 ‘쿠차’와 ‘피키캐스트’를 만든 안동현 대표, 최성우 대표와 의기투합해 그린랩스를 만들었다. 지금도 세 사람이 그린랩스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농사 경험이 없는 신 대표가 농업 스타트업을 만든 것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전세계 스마트 농업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8억달러에서 연 평균 약 10%씩 성장해 2025년 2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전세계가 스마트팜을 강조하지만 정작 우리 농민의 99%는 스마트 농부가 아니에요. 그만큼 농업은 IT와 모바일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죠. 그 얘기는 앞으로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 넓다는 뜻입니다.”

특히 스마트팜 분야는 진입 장벽이 높아서 기업들이 쉽게 뛰어들기 힘든 점이 그린랩스에게 장점이 되고 있다. "스마트팜은 농업 생산자들이 곧 소비자들입니다. 이들에게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알려줘야 하니 농업과 IT 기술에 대해 모두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유통까지 아우르는 사업을 광범위하게 전개해야 농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사업보다 어렵고 진입 장벽이 높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들도 그린랩스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인터넷과 5세대(G) 이동통신 등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우리와 함께 가야 합니다. 그래서 LG유플러스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접속 시설이 보급되지 않은 산간 지역 등에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에요.”

올해 신 대표는 팜모닝 이용자를 늘리는 것 외에 농장 수출까지 확대할 생각이다. “해외에 데이터 농업 기술을 적극 보급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스마트팜 도입에 대해 많은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국 북부, 러시아 등 땅이 넓으면서 극한 환경 때문에 농사가 힘든 지역에서 연락이 많이 오죠. 여기에 IoT 기기와 농장 제어용 소프트웨어 등을 수출하는 겁니다.”

그만큼 신 대표는 데이터 농업 수출기업을 그린랩스의 미래로 그리고 있다. “지금처럼 계속 성장한다면 앞으로 1,2년 뒤 한국은 압도적인 데이터 농업 국가가 될 것입니다. 이후 10년 내 전세계에 데이터 농업을 보급하는 스마트팜 수출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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