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마리에 50만원? 떠돌이개라고 안락사하는 게 최선일까요"

입력
2021.02.19 11:00
0 0

<11> 근본적 대책 원하는 인천 떠돌이개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지난해 인천 남동구 만월북로2번길 4에서 야생화된 유기견이라며 포획된 암컷 진돗개와 새끼 6마리. 이들은 공고기간 후 모두 안락사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 APMS 캡처

지난해 인천 남동구 만월북로2번길 4에서 야생화된 유기견이라며 포획된 암컷 진돗개와 새끼 6마리. 이들은 공고기간 후 모두 안락사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 APMS 캡처


저는 인천에 사는 떠돌이개입니다. 사람들은 '들개'라고 부르죠. 인천시를 포함해 지방자치단체는 '야생화된 유기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유기견과 달리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고 사람과 가축에 피해를 줬거나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인천에서 포획된 떠돌이개만 200마리입니다. 당초 성견 100여마리를 포획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보다 2배나 많은 수가 잡힌 거죠. 이는 시가 민간 포획업체와 손잡고 성견은 마리당 50만원, 강아지는 20~30만원을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은 민간 업체가 대가를 바라고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떠돌이개나 강아지까지 무분별하게 포획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고, 이는 떠돌이개 포획 찬반 논란으로 확산됐는데요.

2018년 떠돌이개 상암이는 어깨부위에 마취총을 맞고 쇼크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당시 유기동물 포획방법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고, 유기견 포획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만2,000여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인스타 zooin2013 캡처

2018년 떠돌이개 상암이는 어깨부위에 마취총을 맞고 쇼크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당시 유기동물 포획방법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고, 유기견 포획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만2,000여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인스타 zooin2013 캡처


우리는 3,4세대 전 산 등지에 버려진 후 스스로 생존하면서 번식했습니다. 3,4마리가 몰려다니며 주로 야산을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과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그래도 우리 밥을 챙겨주는 사람은 알아봅니다.

우리가 아예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는 먹을 것이 없어 가축을 공격하기도 하고, 또 사람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존재만으로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모두가 공격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018년 3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일대를 떠돌다 구조된 개 '래미'를 바라보고 있다. 래미는 추후 입양 가족을 만났다. 고은경 기자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018년 3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일대를 떠돌다 구조된 개 '래미'를 바라보고 있다. 래미는 추후 입양 가족을 만났다. 고은경 기자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떠돌이개 수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천시가 민간업체에 한 마리당 50만원을 주고 포획의뢰를 시작한 2019년에 잡힌 떠돌이개가 104마리인데, 지난해 잡힌 수는 2배나 늘었죠. 인천시는 올해도 성견 120마리 포획에 필요한 예산으로 6,000만원을 마련했고,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포획을 해도 줄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음에도 같은 정책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인천시는 떠돌이개가 얼마나 되는지, 또 2019년과 지난해에 포획한 300여마리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몇 마리가 입양을 갔고, 안락사 됐는지 등에 대한 분석조차 하지 않으면서 포획 예산만 배정한 것이죠.

인천에서는 특별히 피해를 주지 않는 강아지들까지 민간업체가 모두 포획해 주민들의 비판이 거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인천에서는 특별히 피해를 주지 않는 강아지들까지 민간업체가 모두 포획해 주민들의 비판이 거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인천시는 떠돌이개가 유기견과 다른 야생화된 유기견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포획 후 유기동물과 같은 절차를 따른다고 얘기합니다. 공고기간 동안 보호하고 이후 안락사를 하는 것이죠. 작고 귀여운 개들도 입양을 못 가는 판에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떠돌이개에게 주어진 운명은 안락사뿐입니다. 실제 농림축산검역본부 유기동물관리시스템(APMS)에 가보면 특징에 '야생화된 유기견'이라고 적힌 떠돌이개를 찾아볼 수 있는데 입양간 사례는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떠돌이개는 사실 인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제주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개들을 포획해 보호나 입양조치하고 농가도 떠돌이개의 공격을 막을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마당에서 묶어 키우거나 풀어 키우는 개를 중성화시켜 더 이상의 떠돌이개가 발생하는 걸 막는 것입니다.

떠돌이개라고 무작정 포획해서 가두고 안락사시키는 게 최선의 방안일까요. 포획→안락사의 악순환이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주세요.

무작정 포획해 반대한 인천 떠돌이개가 낸 청원에 동의하시면 포털 사이트 하단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기사 원문 한국일보닷컴 기사 아래 공감버튼을 눌러주세요. 기사 게재 후 1주일 이내 500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해당 전문가들로부터 답변이나 조언, 자문을 전달해드립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