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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보헤미안 랩소디 삭제 사건 '해외 토픽'... 외신 "중국처럼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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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보헤미안 랩소디 삭제 사건 '해외 토픽'... 외신 "중국처럼 검열"

입력
2021.02.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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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설 특선 영화 내보내며 일부 장면 잘라내자
인권단체 "성소수자 존재를 선정적으로 취급" 비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영화는 록밴드 '퀸'의 리드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조명하면서 성소수자로서의 삶도 함께 다뤘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영화는 록밴드 '퀸'의 리드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조명하면서 성소수자로서의 삶도 함께 다뤘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SBS가 록밴드 '퀸'의 리드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설 연휴 특선영화로 방영했는데, 동성 간 키스신 등 영화 일부를 편집한 채로 내보낸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성소수자 인권 단체가 비판한 것은 물론, 해외 관련 언론에서조차 이를 전하며 "중국에서 있었던 성소수자 콘텐츠에 대한 검열이 또다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성소수자(LGBTQ) 전문 잡지 아웃(Out)과 영국의 전문 매체 핑크뉴스 등은 16일(현지시간) 한국 방송사인 SBS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프레디 머큐리와 그의 마지막 연인인 남성 짐 허튼이 키스하는 장면을 삭제하고, 게이 커플이 나타난 장면은 흐리게 처리했다고 코리아헤럴드를 인용해 전했다.

SBS 측은 "특별한(성소수자 차별)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남성과 남성이 아닌 남성과 여성의 키스신도 지나치게 길면 선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똑같이 편집했을 것"이라며 "가족들이 함께 보면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했다.


중국, 말레이시아에서 검열당한 '보헤미안 랩소디'


편집 대상이 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프레디 머큐리와 짐 허튼의 키스신. 트위터 캡처

편집 대상이 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프레디 머큐리와 짐 허튼의 키스신. 트위터 캡처

하지만 해당 방송을 시청한 누리꾼들은 "영화에서 프레디와 메리 오스틴(프레디의 첫 연인, 여성)이 키스하는 장면은 편집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방송사의 설명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15일 내놓은 논평을 통해 "보헤미안 랩소디가 머큐리의 음악뿐 아니라 성소수자로서 그의 삶을 담은 전기 영화임에도 동성 간 키스신을 삭제 또는 모자이크 처리한 SBS는 고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모두를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 "SBS 관계자는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취급하여 검열하는 태도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해외 성소수자 매체들도 대체로 납득할 수 없다는 어조로 소식을 다뤘다. '핑크뉴스'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영화 등급은 PG-13(부모 지도 속에 모든 연령 시청 가능)인데, 어떻게 내용이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잡지 '아웃'은 "2019년 중국 영화관에서도 '보헤미안 랩소디'의 6분을 들어낸 채 상영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검열이 또 일어났다"고 전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중국 상영판은 머큐리와 허튼의 키스, 머큐리와 폴 프렌터(두 번째 연인, 남성)의 키스는 물론, 머큐리가 여성 분장을 하고 나타나는 퀸의 곡 '아이 원트 투 브레이크 프리'의 뮤직비디오도 모두 삭제한 편집본이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검열본이 상영됐으며, 싱가포르는 이 영화를 '18세 미만 관람 불가'로 분류했다.


"한국 방송에서 성소수자 콘텐츠 다룬 뒤 반대 여론 일기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인 라이브에이드 공연 장면. 2018년 당시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국 관객을 1,000만명 가까이 동원하며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영화로서는 드물게 큰 흥행에 성공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인 라이브에이드 공연 장면. 2018년 당시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국 관객을 1,000만명 가까이 동원하며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영화로서는 드물게 큰 흥행에 성공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일부 누리꾼들은 한국의 방송사들이 성소수자 관련 콘텐츠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가 아직까지 크지 않으며, 오히려 반대 목소리가 크게 존재하는 상황을 방송사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영어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한 이용자는 "한국 영화관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볼 때는 검열이 없었지만, 남성과 남성이 키스할 때 (관객석에서) 여덟명가량 탄식하는 소리가 새 나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44%로 나타나, 여전히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방송사들이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다룰 때마다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적도 있다. 2011년 KBS 2TV에서 방영된 '드라마스페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은 각 세대를 대변하는 레즈비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는데 방송 이후 반발 여론이 일었고 결국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2010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역시 동성 커플을 다룬 드라마였는데 당시 반동성애 단체들이 신문에 대형 비난 광고를 싣는 등 반대 운동을 벌였다.

2015년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은 숫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인 경고를 받기도 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다루면서 여고생 간의 키스 장면을 장시간 클로즈업해 방송한 것은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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