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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취임하자마자 산하기관 임원 물갈이부터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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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취임하자마자 산하기관 임원 물갈이부터 챙겼다

입력
2021.02.11 12: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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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전 장관 1심 판결문 확인해 보니>
취임 직후 "새정부 출범, 임원들 재신임 물어야"
임기 시작 5일후 '연내교체 대상 30명' 보고받아
권경업?前국립공원公 이사장엔 '전폭적 지원'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가운데)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김 전 장관은 징역 2년 6월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가운데)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김 전 장관은 징역 2년 6월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이었던 김은경(65ㆍ수감 중) 전 장관이 2017년 7월 취임하자마자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한 ‘물갈이’ 작업에 착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임 직후 환경부 과장에게 지시를 내렸고, 불과 며칠 만에 교체 대상자 및 시기가 매우 상세하게 담긴 계획을 보고받았다.

특히 이 과정은 청와대 측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치면서 진행됐다. 청와대 추천을 받은 일부 환경부 산하 기관장 후보자의 채용을 위해 환경부 공무원들이 각종 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고, 최고 점수를 부여하는 등 ‘전방위 특혜 제공’을 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밝혀졌다.

취임 2주 만에 '임원 교체 세부계획' 수립

10일 공개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2017년 7월 4일 임기를 시작한 김 전 장관은 곧바로 환경부 과장 A씨에게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겠다’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 이에 따라 A씨는 공공기관 임원 중 연내 교체가 필요한 30명을 선정해 같은 달 9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같은 작업은 청와대와의 교감하에 이뤄졌다. 신미숙(54) 당시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7월 9일 무렵, 휘하에 있던 행정관 윤모씨를 통해 A씨에게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임명된 사람을 우선 교체할 대상자로 선정하라’는 지침을 줬다. 환경부는 7월 17일, 공공기관 임원들의 약력과 임기, 세평 등을 기재한 문서를 청와대 측에 제공했다.

그리고 7월 18일, 김 전 장관에겐 매우 구체적인 ‘교체 계획’이 보고됐다. 기관장 및 상임이사로부터 일괄 사직서를 받아낸 뒤 재신임 여부를 검토ㆍ결정하되, 공공기관 임원들을 △즉시 교체 △연내 교체 △2018년 연내 또는 그 이후 교체 등 3단계로 나눠 순차적으로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 장관 취임식은 그 해 7월 5일 열렸으니, 불과 2주 만에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정권이 낙점한 인사를 앉히기 위한 ‘물갈이 플랜’이 수립된 셈이다.

다만 해당 계획의 실행은 5개월간 미뤄졌다.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에서 ‘인사검증이 몰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한 인사는 어렵다’는 뜻을 전해 온 탓이다. 김 전 장관 등이 산하 기관장 및 임원들에게 실제로 사표를 종용한 건 2017년 12월부터다. 하지만 “2017년 8월 이후에도 환경부와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당시) 산하 공공기관 임원의 후임 인사를 위한 협의를 했다”고 1심 재판부가 판단한 데에서 보듯, 그 사이에도 양자 간 ‘물밑 논의’는 지속됐다.

지난해 10월 19일 권경업 당시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난해 10월 19일 권경업 당시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채용 비리 종합판'

권경업(69)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의 취임 배경에는 청와대와 환경부의 엄청난 ‘특혜 제공’이 있었다는 검찰 수사결과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청와대 측 추천을 받았으나, 서류심사 단계부터 탈락 위기에 몰린 권씨를 위해 환경부 공무원들이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인정된 것이다. 산악인이자 시인인 권씨는 2017년 5월 대선 직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문학인 423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판결문에 적시된 권씨의 이사장직 취임 과정을 보면, ‘채용 비리 종합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8월 청와대 행정관 윤씨는 환경부 과장 A씨에게 “권씨가 이사장 후보자로 추천됐으니, 서류 작성ㆍ자료 제공 등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김 전 장관에게도 이를 보고했고, 권씨는 같은 달 말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냈다. 그러나 지원 자격도 충족하지 못해 ‘서류 탈락’이 유력했다.

A씨는 윤씨에게 이를 알렸고, 이후 권씨는 ‘출판사 편집위원ㆍ편집이사 근무’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부위원장 근무’ 등이 적힌 경력증명서 3부를 추가로 냈다. 환경부 공무원 2명이 권씨의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대신 작성해 주기도 했다.

그 결과, 권씨는 서류심사를 지원자 16명 중 2등으로 통과했다.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한 위원은 ‘이사장으로서 개념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으나, 임추위 당연직인 환경부 국장 B씨는 그에게 최고점(96점)을 줬다. 심지어 권씨는 환경부 측에 ‘면접 대비 자료를 달라’고 부탁했고, 실제로 같은 해 9월 14일 면접 예상 질문ㆍ답변 자료를 건네받기도 했다.

이튿날 면접심사에서 B씨는 권씨가 최종 후보자에 포함되지 못할 것을 염려해, 그의 면접 점수를 애초 96점으로 줬다가 100점으로 수정해 주기까지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면접평가 당시 불상의 위원이 권씨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하자, B씨가 ‘전임 이사장도 정치인 출신이지만 잘 했다’고 말하며 권씨를 옹호했다”고 밝혔다. 결국 권씨는 최종 후보자 4명에 포함(3등)됐고, 같은 해 11월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해 이사장직에 임명되는 데 성공했다. 청와대와 환경부가 ‘조직적 지원’에 나선 결과였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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