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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필독서, 문제는 유가경전만 읽는 고전 편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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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필독서, 문제는 유가경전만 읽는 고전 편식이죠"

입력
2021.02.16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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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역고전 시리즈' 완간한 김원중 단국대 교수

김원중 단국대 교수는 "수천년 동안 전세계 사람들에게 읽히는 가치의 지속성이야말로 고전의 힘"이라고 말했다. 휴머니스트 제공

김원중 단국대 교수는 "수천년 동안 전세계 사람들에게 읽히는 가치의 지속성이야말로 고전의 힘"이라고 말했다. 휴머니스트 제공

김원중(57)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동양 고전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선 ‘믿고 보는 번역가’다. 일단 양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 1999년부터 22년 동안 번역한 책만 20권이 넘는다. 보통의 고전 연구자들이 한 분야만 파고드는 것과 달리 김 교수의 번역 목록은 유가, 법가, 도가, 병가 등 제자백가 학파의 사상이 총망라 될 정도로 방대하다. 개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사기’ 전체를 완역했고,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최신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기 위해 전면 개정판도 자주 낸다. 최근 완간 된 ‘김원중 교수의 명역고전 시리즈’(휴머니스트)는 ‘김원중 번역’의 완결판이다. 2006년 ‘한비자’ 개정판을 시작으로, ‘정관정요’, ‘손자병법’, ‘명심보감’, ‘채근담’, ‘논어’, ‘노자 도덕경’, ‘대학 중용’, ‘맹자’까지 9권을 5년 동안 쏟아냈다.

동양 고전 번역의 대가라 불리는 그를 전화로 만나 새해를 맞아 어떤 고전을 읽으면 좋을지 물었다. 그는 논어 말고 다른 고전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외에 답변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고전의 필독서인 논어 물론 중요하죠. 저 역시 논어에 가장 애정이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 논어만 읽는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듯, 고전도 편식하면 세상을 편협하게 바라보는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어요.”

‘중국=공자의 나라’라는 인식은 논어에 경도된 한국 사람들의 대표적 착각이다.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이루면서 내세운 게 법가였고, 마오쩌둥도 문화대혁명 당시 외친 게 ‘타도 공자’였어요. 시진핑도 공자를 얘기하지만 실상은 립서비스죠. 그런데도 우리는 조선왕조 500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자님 말씀이라 칭하면서 유가만 떠받들고 있어요. 군주 입장에선 통치 이데올로기로 유가만한 게 없기 때문이죠.” 김 교수는 대국굴기에 나선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병가와 법가의 대표적 고전인 손자병법과 한비자를 읽는 게 훨씬 더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해 대한민국에 필요한 고전으로는 ‘맹자’를 추천했다. “맹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에요.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는 게 맹자의 기본 생각이죠. 백성들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위정자는 자격이 없다고도 말해요.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 아닐까 싶죠.”

30년 동안 매일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번역 작업에 매진했던 그는 이번 시리즈 완간을 계기로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다. 다음 책은 아직 미정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책은 작업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유지할 생각이다. 이미 나온 번역서들과 비교가 되기에 부담감이 더 큰 작업이지만, 익숙한 고전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전 번역은 남들이 다 했던 작업이어도 새롭게 할 수 있어요. 원전의 의미는 곱씹을 수록 가치가 있으니까요. 원전은 왜곡하지 않으면서, 독자들 스스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넓혀주는 게 고전 번역가의 역할 아닐까요.”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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