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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퇴임 전문자격사의 전관예우 폐해

입력
2021.02.10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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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무원이 퇴직한 공직자들에게 특혜를 베풀어 주는 전관예우 현상이 팽배해 있다. 전관예우는 법조계는 물론 세무사, 변리사, 관세사 등과 같은 직역의 전문자격사 간에도 존재한다. 세무사법·관세법은 최근 공직퇴임세무사·공직퇴임관세사라는 용어를 신설하면서 공무원과의 연고관계를 선전하지 못하도록 했다.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려고 변호사법에 규정되어 있는 퇴직한 판사·검사들에 대한 공직퇴임 변호사의 규율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1960년대에 제정된 세무사법, 변리사법, 행정사법 등은 공직에서 일정기간 근무한 후 퇴직한 자에게 세무사, 변리사와 같은 자격증을 자동으로 부여했다. 그 결과 일반인은 세무사 등의 자격을 취득하려면 공개경쟁 시험에 합격해야 하지만, 공무원은 퇴직과 동시에 자격증을 부여받는 특혜를 누렸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에 공무원이 퇴직과 동시에 세무사, 관세사, 변리사, 법무사, 행정사, 공인노무사 자격을 받았던 제도를 손질했다. 퇴직 공무원은 1차 시험은 면제하고, 2차 시험만 보도록 변경한 것이다.

공무원이 재직할 때는 자기 분야의 전문자격사 직역 확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거나 입법 지원에 나선다. 경쟁관계에 있는 직역 종사자에 대하여 진입금지를 위한 각종 제한을 마련하고, 위법한 행정처분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퇴직한 자격사에 대한 예우임과 동시에 장차 자신이 종사할 직역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세무사 자격을 가진 자의 등록에 관한 세무사법 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그러면 기획재정부는 위헌결정의 취지에 맞게 세무사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함에도, 해당 법조문이 소멸되기 3개월 전에야 늑장 제출했다. 그 때문에 위헌결정된 세무사법 규정의 효력이 소멸되는 혼란 상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게 봉사하는 공복의 지위에 있다. 그런데 공무원이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자격사의 권익을 앞세운 것은 공복의 자세가 아니다. 행정자치부는 2016년 행정사가 행정심판 단계에서 대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공무원이 퇴직한 후에 종사할 자격사의 직역 확대를 위한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는 행태다. 그리고 행정안전부는 2019년 지방세 부과 처분의 불복시에 반드시 행정심판을 거치도록 하는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냈다. 그 결과 지방세에 대해서도 필수적 행정심판 전치주의가 신설되었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지방세에 대한 필수적 행정심판 전치주의 규정은 위헌이라고 했음에도, 행안부는 세무사회의 건의를 반영하여 지방세 사건에 대한 필수적 행정심판 사건을 세무사가 수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준 것이다.

세무사회는 필수적 전치주의를 도입하면, “사법부의 심도 있는 재판을 돕고 남소(濫訴)를 막아 주며,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용이하고 지방세 과세관청에는 자기시정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행정심판의 일반적 기능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지방세에 대한 심판청구의 대부분은 기각된다. 따라서 신속한 권리구제와 거리가 멀다. 납세자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불필요한 비용만 지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송대리권까지 쟁취하려는 입법로비도 치열하다. 공무원이 전문자격사와 일체가 되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 실현에 장애가 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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