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 갈등
"역사·문화 공유 사례로 보길"
#이효리 '마오 논란'에
"중국 국민 감정도 배려를"
#한미일 협력 강화에
"중국 배척 소집단주의, 분열 조장"
"소집단(小集團)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고립을 조성하는 것은 세계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고 갈 수 밖에 없다."
취임 1년을 맞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말이다. '소집단'은 미국 주도의 한미일 협력 강화 움직임을 겨냥한 표현이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와 만난 싱 대사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한미일 3각 협력 체제' 구축 필요성을 논의한 데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다자 간 협력은 평화를 지향해야 하는데, 특정 소집단을 만들어 누군가를 배척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견제했다.
중국 견제 목적의 '쿼드(Quad·미국, 인도, 호주, 일본이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회의체)'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싱 대사는 "인류 공동체가 다같이 협력해야 할 시기에 (일부 국가가) 특정 그룹을 만들어 상대 국가를 압박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싱 대사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도 "미중 갈등을 조장해선 안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역사와 문화가 다른 두 나라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라면서도 "그 이견이 양국 관계의 정상적인 발전에 영향을 주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시 주석 방한, 한중관계 발전의 이정표"
싱 대사는 미중 갈등 사이에서 한국이 선택의 순간에 내몰린 데 대해선 "'중국·한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와 '한미 동맹'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며 "한국이 중한 관계와 한미 관계를 ‘장기적 관점에서’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지혜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불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두고는 "방한 시기를 확정할 수 없다"면서도 "(방한이 성사되면) 중한 관계 발전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싱 대사와의 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받고 1년이 흘렀다. 그간 한중 관계를 평가하고 향후 양국관계를 전망한다면.
"문 대통령께선 신임장을 제정하며 '한중은 가까운 이웃으로, 이웃을 돕는 게 곧 자신을 돕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됐을 때 한국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 중국에 소중한 도움과 지지를 보냈다. 중국도 '투도보리'(投桃報李·복숭아를 보내온 이에게 오얏으로 보답하다)의 마음으로 한국을 도왔다.
지난달 26일 중한 정상은 전화 통화를 갖고 '중한 문화 교류의 해'의 공식 출범을 선포했다. 양국 실무진이 정상들의 뜻을 잘 이해해 양국 관계의 심화·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올해는 미국 헨리 키신저 박사가 중국을 방문해 중미가 핑퐁 외교를 시작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자, 바이든 행정부 집권 첫 해다. 중국과 미국 모두 중요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역사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정상적이지만, 이견이 양국 관계의 정상적 발전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의견 불일치가 분열을 초래해선 안된다'고 했다. 이 말은 중미 관계에도 적용돼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모순되지 않는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이 됐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과 한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다. 누군가 고의로 갈등을 조장하지 않는다면, 이 두 가지는 모순되지 않는다. 한국이 자국의 근본 이익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 관계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지난달 한미 외교부 장관 간 전화통화에서 한미일 3자 협력 문제를 논의했는데.
"국제적으로 소집단을 만들거나 신냉전을 조장해 타인을 배척하고, 위협·협박하고, 인위적으로 고립·단절을 조성하는 것은 세계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 이데올로기적 편견에서 벗어나 개방성과 포용성을 최대한 강화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더해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는데.
"작은 그룹을 만들어 다른 나라를 배제하거나 압박하지 말자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쿼드 참여가) 한국의 장기적 국익에 맞는지 아닌지는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만, 중국을 겨냥한 국가 간 모임은 지양해야 한다."
"김치 논란...종주국 따지지 말고 '유대' 요소로 삼자"
-지난달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견제할 목적으로 한미 정상 통화보다 의도적으로 먼저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동의할 수 없다. 중한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중한 수교 30주년을 맞아 문화 교류의 해를 선포했다. 미루면 안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양국 간 조율을 통해 통화를 한 것이다."
-최근 한중 네티즌 사이에 '김치 종주국 갈등'은 물론 '가수 이효리 논란'도 있었다(이효리가 자기 별명을 '마오'로 지었다가 중국 정치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의 거센 비난을 받은 사건). 대중 문화 분야에서 양국 충돌이 늘어나는 이유는.
"한중은 수천 년의 유구한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많은 요소가 진화해 각 국 문화의 유전자 속에 녹아들었다. 예컨대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고, 그 중엔 조선족도 있다. (김치 종주국을) 따질 게 아니라, 양국 유대의 요소로 여겼으면 한다. 우리는 이효리를 존중한다. 다만 중국 국민들의 감정도 배려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중국은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새해 중국 경제 정책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새해 중국은 '안정 속 성장'이라는 경제 기조를 견지할 것이다. 특히 내수와 대외 경제가 서로를 촉진시키는 '쌍순환 경제 구조'를 구축할 것이다. (중국이) 경제 회복의 온기를 가져오고 세계 경제에 자신감을 불어넣으면,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 더 많은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