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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시한폭탄' 대동맥류 터지면 병원 도착 전 53% 목숨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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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시한폭탄' 대동맥류 터지면 병원 도착 전 53% 목숨 잃어"

입력
2021.02.09 04: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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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묻는다] 류상완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

류상완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류가 비록 크지 않더라도 파열돼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찰하거나 조기 수술을 받는 것도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류상완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류가 비록 크지 않더라도 파열돼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찰하거나 조기 수술을 받는 것도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나이가 들수록 혈관이 탄력을 잃고 손상된다. 그런데 대동맥 일부가 크게 부풀어 오를 수 있다. ‘대동맥류(大動脈瘤)’다. 이를 방치하다간 파열돼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실제로 가슴에 생긴 대동맥류 파열로 환자의 53% 정도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목숨을 잃었다.

‘대동맥류 치료 전문가’인 류상완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류 교수는 “대동맥류는 평소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이를 알아내기 쉽지 않다”며 “제때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대동맥 박리나 파열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대동맥류는 아직 낯선 질환인데.

“대동맥(aorta)은 심장에서 분출되는 혈액을 우리 몸의 모든 기관에 공급하는 ‘혈관 고속도로’다. 대동맥은 횡격막을 기준으로 흉부대동맥(위쪽)과 복부대동맥(아래쪽)으로 나뉜다.

건강한 성인의 대동맥은 지름이 3㎝ 정도다. 그러나 노화ㆍ고혈압, 유전성 질환 등으로 인해 대동맥 일부가 부풀어 오른 것이 ‘대동맥류(aortic aneurysm)’ 혹은 ‘대동맥확장증’이라고 한다. 대동맥류는 대동맥이 정상일 때보다 1.5배 이상 늘어났을 때를 말한다. 대동맥류 가운데 75% 정도는 복부대동맥에서 발생하고 25% 정도는 흉부대동맥에서 생긴다.

대동맥류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은 환자가 2019년 1만9,869명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동맥류는 다른 심혈관 질환처럼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이 점점 높아진다. 65세 이상 고령층 환자 비율이 65% 정도나 된다.

대동맥류는 동맥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가장 큰 발병 원인이다. 마르판증후군 같은 유전적 질환, 외상, 선천적 기형, 일부 면역학적 질환 및 감염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대동맥류는 증상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검사를 받다가 발견될 때가 많다.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로 주로 진단을 하고, 초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혈관조영술 등도 한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목이 쉬어서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되기도 한다.”

-대동맥류가 왜 문제인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대동맥 내막이 찢어져 발생하는 대동맥 박리(aortic dissection)나 나아가 대동맥류가 파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발생 부위에 관계없이 대부분이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한다. 대동맥 박리가 됐을 때도 50% 정도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고, 이후에도 즉시 수술이나 시술을 하지 않으면 1시간당 2%씩 사망률이 증가한다.

건강검진 등으로 우연히 대동맥류를 진단했더라도 대동맥 박리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할 수 없다. 건강보험 규정이나 치료 지침에 따라 일부를 제외하면 대동맥류가 5~6㎝ 이상일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대동맥 박리가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 대동맥박리증의 80% 이상이 지름 5㎝ 미만인 대동맥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학계에서는 단순히 동맥류의 지름 크기라는 잣대로만 수술 여부를 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되고 있다.

대동맥 박리의 시작인 대동맥 내벽 파열은 실제로 아주 크지 않는 부위에서 이뤄진다. 아주 조그맣게 대동맥 내벽이 파열되면 대동맥 내벽 안쪽으로 흘러야 할 혈액이 내벽과 중벽 사이로 흐르면서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는 것처럼 혈액이 흐르게 된다. 그러면 몸의 특정한 기관에 허혈성 손상을 입히면서 목숨을 잃게 만들거나 합병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대동맥류가 생겼을 때 대동맥 내벽 파열 위험이 높은 부위를 미리 알아낼 수 있으면 적절하게 치료해 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이대서울병원에서는 대동맥류 환자를 기본적인 검사로 환자의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CTㆍMRI 검사로 대동맥 내벽 상태와 혈류 방향을 분석함으로써 전체 대동맥 내벽 가운데 어느 부위가 압력을 가장 많이 받는지 측정하고 있다. 그런 뒤 측정값을 분석하고 환자 나이나 위험 요인 등을 고려해 개인별 위험 지수까지 산출해 대동맥 박리 위험을 낮추기 위한 연구와 임상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수술과 스텐트 시술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대동맥류는 발생 부위나 환자의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치료 방침이 다양하다. 발생 부위에 따라 기준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대동맥류의 최대 지름이 5~6㎝이거나 6개월에 0.5㎝ 이상, 1년에 1㎝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하면 수술이나 시술을 해야 한다. 지름이 작은 대동맥류는 고혈압 같은 기저 질환에 대한 약물 치료와 함께 정기 검사로 증가 여부를 관찰한다.

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할 정도로 대동맥류가 크다면 심장에서 가까운 상행대동맥이나 대동맥궁(상행대동맥과 하행대동맥 사이에 있는 활 모양의 부분)에 생긴 대동맥류는 원칙적으로 개흉 수술을 많이 시행한다. 하행흉부대동맥 및 복부대동맥에 생긴 대동맥류는 스텐트 시술로 대부분 치료한다. 하지만 환자 상태와 증상 등에 따라 수술이나 시술의 범위와 방법이 다르므로 경험 있는 전문의들이 충분히 협의해 치료 방침을 정한다. 최근 대동맥류뿐만 아니라 대동맥 박리 같은 초응급 상황에서 일방적인 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와 특성에 맞추어 수술과 시술을 혼합해 시행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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