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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 못 믿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누가 맞겠나" 접종 일정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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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 못 믿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누가 맞겠나" 접종 일정 꼬인다

입력
2021.02.05 18: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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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고령자 효과 모호한 결론
모더나·화이자 맞으려 접종 거부 땐
고령자 상반기 접종 마무리 어려워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연구 시설에서 연구진이 관련 물질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연구 시설에서 연구진이 관련 물질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이번 달 시작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접종 대장정이 초반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효과 있다고 확답할 수 없는데다, 글로벌 백신공동구매기구인 코박스 퍼실리티(코박스)를 통해 반입될 물량 자체도 여전히 유동적이다. 올 상반기 의료인력과 요양시설 고령자들 위주로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법정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내놓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여부에 대한 결론은 한 마디로 '접종해도 되긴 하는데, 효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니 미국 자료까지 좀 더 챙겨보라'는 것이다.

이런 모호한 결론은 최근 유럽에서 벌어진 고령자 효능 논란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임상시험 참여비율이 660명으로, 전체의 7.4%에 불과했다. 화이자 백신이 22%인 것에 비해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에 줄줄이 퇴짜를 놓고 있다. 핀란드는 70세 미만,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스웨덴은 65세 미만, 폴란드는 60세 미만에게만 접종을 허용했다. 벨기에는 '55세 미만'까지 나이를 낮췄고, 이탈리아는 55세 이상의 경우 건강하다면 맞을 수 있도록 했다. 스위스는 아예 허가 승인 자체를 보류했다.


브라질의 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의 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작 발등의 불은 우리에게 떨어졌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공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에 따르면 이번 달부터 노인요양병원·시설 입소자들을 시작으로 5월부터는 노인재가·복지시설 이용자, 65세 이상 노인 등에게 집중적인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감염에 취약한 고령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상반기에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국내 백신 도입 일정상 올 상반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가장 많이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데, 효능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도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접종할 백신 종류를 선택할 순 없지만, 접종 자체는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거부할 경우 접종 순서가 후순위로 밀린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률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분기 모더나, 3분기 화이자 하는 식으로 뒤로 갈수록 효능 좋은 백신이 온다는데 어떤 사람이 효능도 불확실한 백신을 먼저 맞겠다고 나서겠느냐"며 "노인들이 대거 접종을 거부해 후순위로 밀리면 정부가 예상하고 계획한 예방접종 프로그램도 엉망이 될 것"이라 말했다.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 교수는 "백신은 결국 신뢰인데, 정부와 백신접종프로그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한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 환자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자신있게 권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동료들 사이에서도 굳이 고령자에게는 접종하진 않을 거라 하는 이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도 어려운 입장이겠지만 심증만 가지고 '괜찮을 것'이라 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만에 하나 고령층에 접종했는데 효과가 없다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보다 큰 재난은 없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불가피하게 고령층에 접종해야 한다면 보호자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부작용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확실한 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거기다 물량 부족 우려까지 제기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월 말 75만명분이 우선 도입된다. 코박스를 통해서도 상반기 중 최소 130만명분이 들어온다. 코박스와 올해 도입키로 계약한 물량이 1,000만명분인데, 최소치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반기 물량이 130만명 분이라면 썩 많은 양은 아니다. 2분기부터 들어올 예정인 모더나와 얀센 백신 또한 초기 도입 물량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정부는 ''코박스는 물론, 정부도 추가 물량 확보에 노력 중"이라 하지만 전 세계적인 백신 확보전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런데 상반기 접종 대상자는 1,030만명이나 된다.

이 때문에 차라리 고령자 접종을 조금 늦추고 3분기 접종 예정이었던 성인들(18~64세)부터 먼저 맞히자는 주장도 나온다. 앞으로 식약처의 최종점검위원회 자문에 이어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까지 거쳐야 하는데, 이때까지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임상시험 부족'을 뒤집을 만한 자료가 안 나올 경우 고령층에 대한 접종 자체를 미뤄야 한다는 얘기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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