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기합' 방식의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정부 정책 대응이 '안정적인 중장년 남성 위주'로 돌아가면서 30년간 진전돼 온 돌봄에 대한 논의가 한순간에 퇴보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주최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거리두기 체제 개편을 추진 중인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정부는 9일 토론회를 한 번 더 열고 현행 거리두기 체제 개편안 마련에 착수한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거리두기 체계가 '확진자 수와 방역강화에만 몰두하는 행정편의주의에 치우쳤다'는 점이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도 확진자 수가 확 줄지 않는다면 왜 효과가 없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며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단계를 격상 해봐야 효과 없이 사회경제적 비용만 야기할 것"이라 말했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거리두기 단계 조정 때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생활방역위원회(생방위) 의견을 듣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얘기다. 김윤 교수는 "방역지침에 큰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비정규직, 노인, 장애인 등은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거리두기 체계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사회 전체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구인회 교수는 "대부분의 정책이 '안정적인 중장년 남성' 기준으로 만들어지면서 30년 가까이 진전되어 왔던 돌봄 문제가 다시 가족과 여성의 문제로 회귀하는 등 크게 퇴보했다"고 말했다. 권순만 교수도 "거리두기를 '안' 하는 국민보다 '못'하는 국민들이 더 많다"며 "취약계층이 정책에서 소외되면 치명적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거리두기 동참도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방역이 되려면 교육, 빈곤 등 전반적 문제를 동시에 고민하라는 제언이었다.
영업 제한을 감내한 자영업자 보상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 교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고 했는데, 그럼 정부 명령에 따라 문을 닫은 자영업자 호주머니는 화수분이냐"며 "재정적 요건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보상 수준은 상당히 낮다"고 비판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도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경제가 곧장 좋아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자영업자 폐업이 이어질 것이기에 다른 유망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확진자 수 감소와 동시에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려면 정책 또한 방역, 경제, 보상 등 3박자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조흥식 보건사회연구원장은 "전에는 방역과 경제를 시소로 봤다면 이제는 평행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이와 더불어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자영업자 보상 등을 위해 재정 지출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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