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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등 디지털화폐 경쟁..한국 암호화폐 투자만큼 관심 기울여야”

입력
2021.01.28 2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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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의 관찰-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비트코인 급등은 블록체인 혁명의 서막
시장 확산에 암호화폐 안정화 기대 커져
비트코인은 디지털화폐의 한 양상 불과
미래 디지털자산 혁명 주도권 싸움 양상
중앙은행ㆍ기업 디지털화폐와 경쟁 구도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경쟁
블록체인은 미래 번영 달린 핵심 인프라

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가 26일 한국일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와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혁명의 현황과 전망을 밝히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가 26일 한국일보에서 가진 <논담>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와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혁명의 현황과 전망을 밝히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디지털화폐가 다시 부상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과 선도를 겨냥한 경쟁을 본격화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재구성된 CBDC 전담TF에서 적용연구를 진행해왔고, 올해 말엔 파일럿테스트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CBDC는 디지털화폐의 한 부분일 뿐이다.

사실 지난해 이래 디지털화폐 부활이라고 할 만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민간 암호화폐에서 나타났다. 미래 화폐로 화려한 주목을 받으며 몰아쳤던 암호화폐 열풍은 2018년 가격 폭락을 겪으며 신기루처럼 스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투자열풍이 다시 불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파죽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비트코인은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4만 달러까지 돌파했다.

통화와 화폐 쪽에서 어렴풋하던 미래가 눈앞에 느닷없이 쓰나미처럼 닥쳐오는 분위기다. 국내 최고의 기술 전문가로 꼽히는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로부터 암호화폐와 디지털화폐, 나아가 블록체인 혁명에 대해 들어본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2만 달러를 넘어선 뒤, 올 들어 벌써 4만 달러까지 돌파했을 정도로 치솟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이 무섭게 반등하는 배경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2018년까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열풍 땐 시장 참여자가 주로 개인들이었다. 지금은 기업의 시장 참여가 두드러진다. 비트코인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마침내 기업들이 움직이고, 기업들의 참여가 다시 암호화폐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선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지난 12월에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플랫폼인 페이팔이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했다. 글로벌 투자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했다. 월스트리트 투자기관들의 암호화폐 투자규모는 미미할지 모르지만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연료가 되고 있다고 본다.”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이나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이 잇달아 암호화폐 적용과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투자할 만한 자산으로 여기기 시작했기 때문 아닌가 한다. 2010년 5월 1만 비트코인으로 약 20달러짜리 피자 2판을 샀다. 1 비트코인의 가격이 0.004달러였던 셈이다. 그게 지금 4만 달러, 10년 만에 1,000만 배 오른 거다. 비트코인이 실질적 결제통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적어도 가치저장 수단으로서는 유효한 디지털자산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인 것 같다. 또 하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세계 각국에서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특히 미국 달러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약 10년간 2조 달러가 풀렸는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기엔 불과 3개월 만에 3조 달러나 풀렸다. 중앙은행 통화 가치가 떨어질 게 뻔하니까 부동산과 주식이 올랐고, 그쪽 가격도 오를 만큼 오르니까 ‘선수’들이 자산의 일부를 일종의 헤지(위험 분산)하는 차원에서라도 채굴총량이 정해져 통화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비트코인에 눈을 돌리는 거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치가 그만큼 안정화하고 있다는 얘긴가.

“적어도 암호화폐가 소멸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는 것 같다. 비트코인 채굴량 반감기도 가격 상승 기대감에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애초에 프로그래밍될 때 4년마다 채굴량이 반감되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서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의 1차 반감기는 2012년이었고, 그때 10분에 50비트코인 채굴되던 게 25비트코인으로 줄었고, 가격은 이전까지 약 20센트 가던 게 20달러, 약 100배가 뛴 거다. 2016년에 또 반감기가 됐다. 그때 채굴량이 또다시 12.5비트코인이 되면서 가격은 2만 달러까지 갔고, 작년에 3차 반감기가 되면서 채굴량이 6.25비트코인으로 또 줄었다. 채굴량은 줄어드는 반면, 통화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거래가 늘고 적용이 확대되면서 추가 가격상승 기대감이 커진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디지털신호에 불과한 암호화폐가 가치 있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게 신기하다.

“중앙은행 발행 단일통화에 대한 통념 때문에 신기하게 보일 뿐이다. 조개껍질도 화폐로 쓰였고, 연방은행 발행 달러 전엔 지역 은행별로 수천 가지의 지폐가 미국에 존재하지 않았나. 비트코인이든 다른 암호화폐든, 그걸로 물건을 살 수 있고 실질 통화와 교환이 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자산화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사실 암호화폐는 머지 않은 미래에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꿀 디지털화폐나 디지털자산의 발전과정에 나타나는 극히 일부의 현상일 뿐이다.”

인호 고려대 교수(왼쪽)는 26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장인철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은 향후 국가주권과 번영을 좌우할 핵심 인트라로 육성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인호 고려대 교수(왼쪽)는 26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장인철 논설위원과의 <논담>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은 향후 국가주권과 번영을 좌우할 핵심 인트라로 육성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암호화폐를 포괄하는 디지털화폐나 디지털자산의 기본 개념은 뭔가.

“디지털화폐는 현재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각국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페이스북의 ‘디엠(리브라)’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개발한 디지털화폐 등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금융시스템의 매개 없이 개인과 개인 간에 거래되는 진짜 탈중앙화하는 디지털화폐다. 이게 점점 살아나자 국가 차원의 통화관리시스템이 위협받게 됐다. 그래서 각국이 결제의 편의성 등 암호화폐의 장점을 살리고 결제속도를 높여 국가가 발행과 유통, 가치를 관리하는 CBDC 개발에 나선 것이다. 중국이 대표주자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암호화폐인 리브라(Libraㆍ디엠의 전신)를 내놓으면서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약 25억명이 쓸 수 있는 상황이 닥쳤다. 그러자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강력히 견제하면서 일단 순수 암호화폐에서 물러나, 달러와 1대 1로 연동하는 가치를 갖게되는 ‘디엠(Diem)’으로 가게 된 거다. 하지만 CBDC나 디엠 같은 기업 개발 디지털화폐는 결국 중앙은행 통화와 연동되고,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기존 통화를 디지털화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을 감안할 때 좀 난센스 같은 측면이 있는 셈이다. 그래도 각국은 어떤 식으로든 CBDC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자산은 디지털화폐와 다른 개념인가.

“디지털자산의 범위는 훨씬 광활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화폐를 넘어 수많은 재화의 자산화가 가능하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상정해보자. 그 플랫폼에서는 비트코인도 거래되고, 100억원짜리 건물의 자산을 100억개의 토큰으로 만들어 매매할 수 있다. 기존 자산유동화증권과 비슷하지만 일체의 중개과정 수수료도 없고 토큰의 보유와 매매도 훨씬 편리하다. 개인의 건강관리기록 같은 무형자산도 자산화시켜 거래가 가능하다. 그 데이터가 사실은 개인 소유의 자산인 셈인데 지금은 누가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모르고, 사용료도 받지 못하고 있잖나.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블록체인 정보로 보유하고 있으면 그걸 거래할 수도 있고, 활용자가 그걸 어떻게 썼는지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자산 비즈니스 전반에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실제로 ‘디지털자산 혁명’이라고 할 만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가.

“2018년 미국 크라우드 펀딩 회사인 인디고고가 1,800만 달러 가치의 한 스키리조트를 디지털토큰으로 유동화했다. 1개당 1 달러짜리 1,800만개의 토큰으로 만들어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앞으론 인디고고 같은 자산관리회사도 필요 없게 된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수익증권(DABS) 거래 플랫폼을 표방한 카사코리아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101억원 규모 빌딩 자산을 1개당 5,000원짜리 DABS로 나눠 모바일을 통해 매매했다. 리브라를 통해 페이스북이 디지털금융 진출을 선언한 이래,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자산 토큰 발행, 자산 신탁업, 토큰 거래소 사업 개척에 나섰고, IBM도 자체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력을 활용해 자산신탁 분야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 수준이고, 한국은행도 CBDC를 개발해 올해 연말 파일럿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자산 혁명에서 우리나라는 어디쯤 와 있는가.

“CBDC는 중국이 가장 앞서 있다. 하지만 중앙 통제에 중점을 두면서 암호화폐 등 민간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억압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은 CBDC를 추진하되, 민간 디지털화폐를 달러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허용하면서 폭넓은 블록체인 혁명의 활로를 뚫어놓았다. 유럽에선 역시 스위스가 빠르고, 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프로젝트 우빈’을 추진하는 등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고 본다. 일본도 민간 차원의 암호화폐 도입과 블록체인 서비스에서는 앞서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디지털자산 혁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책에서는 다소 뒤처진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개술 개발 등 디지털자산 혁명을 적극 준비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아까 말했듯이 디지털자산 혁명은 경제와 금융의 미래다. 데이터 관리와 유통 면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뿌리라 할 만하다. 우리 국민의 금융자산이나 건강데이터가 외국 기업이 장악한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저장, 관리, 거래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주권의 문제이자, 미래의 번영을 좌우할 문제다. 과거 고속도로에 이어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했던 것처럼 블록체인을 디지털자산 혁명을 뒷받침할 미래의 핵심 인프라로 육성할 필요가 크다.”

장인철 논설위원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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