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과제- 건강보험 개혁
민간ㆍ정부 경쟁시켜 보험료 인하 유도
'메디케어' 등 공적 의료보장 문턱 낮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구하는 건강보험 개혁의 목표는 ‘오바마 케어의 발전적 계승’이다. 개혁 근거법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ACA)이 제정된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그는 부통령이었고, 저 입법이 역사적 사건이라는 그의 입장은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 무력화를 시도했다. 의회를 통한 폐지가 좌절되자 2017년 행정명령으로 저소득층 대상 보조금 지급을 중단시켰고 이듬해에는 의무 가입 조항을 삭제했다. 지난해 6월에는 기어코 정책을 없애 버릴 요량으로 연방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집요한 노력의 성과는 확실했다. 미 인구조사국 집계에 따르면 오바마 케어 도입 이후 4,720만8,000명(2010년)에서 2,730만4,000명(2016년)으로 40% 넘게 감소한 건강보험 미가입자 규모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추세를 꺾는 게 바이든 정부의 당면 과제다. 그러나 2016년 가입률(91.4%)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97%까지 끌어올릴 참이다.
물론 간단한 방법이 있다. 정부가 모든 국민의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단일보험 체제를 채택하는 것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전국민 건강보험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ㆍ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대안은 공공 보험의 전면 확대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해법은 다분히 타협적이다. 그는 전통적으로 민영 위주인 미국 자유주의의 효율성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다만 공적 의료보장 체계를 강화해 치료비가 미국인의 생계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을 줄인다는 게 그의 포부다.
‘바이든 케어’를 오바마 케어와 차별화하는 대표적 구상이 ‘퍼블릭 옵션’(공공 보험 선택지)이다. 민간 보험사가 제공하던 건강보험 상품 외에 정부 보험 상품을 추가 제공하겠다는 건데, 경쟁을 통한 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2009년 ACA 입법 당시 초안에 포함돼 있다가 최종 입법 과정에서 빠졌던 조항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통해 중산층의 혜택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공적 보험의 문턱도 낮아질 전망이다. 일단 65세 이상 노년층이 대상인 ‘메디케어’는 가입 연령이 60세로 조정될 공산이 크다. 더불어 지금은 보장되지 않는 치아ㆍ시력ㆍ청력 치료까지 공적 보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메디케이드’에는 연방자금이 추가 지원된다. 지금껏 메디케이드가 적용되지 않던 남부ㆍ중서부의 14개 주(州)까지 프로그램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불법 체류자도 혜택 대상에 들어간다.
이런 내용이 담긴 바이든표 건강보험 첫 개혁 조치는 28일(현지시간) 나온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감염병 대유행으로 직장을 잃은 국민들을 위해 ACA 보험 시장을 최대한 빨리 다시 열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에브레리헬스’의 창업자 댄 멘델슨은 “보험 확대를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초기 조치들은 미국이 단일 보험자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는 종전 입장과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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