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국비 받는다"며 의회 보고 무시
관련 정부부처에 아직 공문 발송 안 해?
환경 민원 많은 오천읍 주민 제외하기도
경북 포항시가 치밀한 준비 없이 1가구 1인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발령해 공분을 사는 가운데, 진단비용 27억원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는 "검사비용을 전액 국비로 받는다"며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포항시의회에 전혀 보고하지 않았고, 질병관리청 등 관련 정부 부처에 요청 공문조차 보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포항시에 따르면 1가구 1인 코로나19 검사에 북구 11만명, 남구 7만명을 합쳐 18만명이 받아 진단비용으로 1인당 1만5,000원씩 27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포항시는 그러나 "검사비용을 추후 질병관리청 지원을 받아 처리하겠다"며 예산을 단 한 푼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비 요청도 이강덕 시장이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구두 조치한 게 전부로, 질병관리청 등 관련 정부부처에 정식 요청 공문도 보내지 않았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해 구룡포읍 지역 주민 7,600여명의 전수검사 때도 비용을 모두 국비로 지원 받았다"며 "수도권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실시하는 선제적 무료검사도 지원이 돼 국비를 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항시의회에선 포항시가 국비 지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행정명령을 발령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민정 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은 "2017년 11월 포항지진 당시 예비비로 흥해 지역 등에 긴급하게 예산을 썼을 때도 의회 승인을 거쳐 집행했다"며 "국비를 받지 못한다면 검사비용 27억원을 시비로 처리해야 하는데 의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행정명령을 발령한 건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포항지역 읍·면·동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오천읍 지역이 이번 코로나19 검사 행정명령에서 제외된 것도 논란이다. 포항시는 "오천 지역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이 많아 예외로 뒀다"고 설명했지만, 본래 환경 관련 민원이 많은 지역이라 코로나19 검사까지 강제하면 반발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시가 일부러 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오천읍은 가까운 남구 호동에 생활폐기물 에너지화시설과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 있고 철강산업단지도 있어 악취·대기오염 관련 민원이 많은 곳이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2019년 지역 시의원들이 민원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주민소환 투표까지 했다. 계속된 민원에 이강덕 시장도 지난해 9월 "환경 민원이 많은 곳에 살겠다"며 효자동 아파트를 정리하고 오천읍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포항시가 검체 채취인력이 부족해 간호사 국가고시 1차에 합격한 간호대생 27명을 현장에 긴급 투입한 일도 논란거리다. 간호사 국가고시 최종 합격자 발표일은 다음달 15일로, 포항지역 보건소 등에는 시가 검체 채취에 무자격 의료인을 동원했다며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중대본 회의에서 얼마 전 간호대생도 충분히 소양을 갖추면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다고 했다"며 "진료소에 간호대생만 있는 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임상병리사가 같이 있고 충분히 교육을 받은 뒤 투입돼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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