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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복주의 원칙 "김종철, 당대표라 가장 가혹한 처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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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복주의 원칙 "김종철, 당대표라 가장 가혹한 처분 받아야 했다"

입력
2021.01.27 18:46
수정
2021.01.28 08:59
4면
0 0

22년간 성폭력 피해 지원 인권운동가
"권력형 성범죄 처리 전범 만들고 싶어"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가 27일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가 27일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당 대표였기 때문에 가장 가혹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는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며 이런 원칙을 세웠다.

이달 18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최초 접수하고 사건 처리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배 부대표다. 22년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한 인권운동가로서, '피해자 중심주의' '가해자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배 부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불행한 사건이지만, 정확히 상황을 알리고 성실하게 풀어 나가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권력형 성범죄 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싶다”고도 했다.

장 의원이 김 전 대표를 형사 고소하지 않은 것이 또 다른 표적이 되는 데 대해 배 부대표는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피해자의 의지를 존중해 달라”고 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은 배복주 부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당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대표단회의 결정사항을 발표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은 배복주 부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당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대표단회의 결정사항을 발표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가해자가 정의당 대표라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성폭력 사건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김 전 대표도, 장 의원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긴장해야 하는데, 김 전 대표가 느슨해져서 자신의 성인지 감수성을 의심하지 않은 것 같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이용해 동의 없는 성적 접촉을 한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김 전 대표에 대한 당내 징계가 진행 중이다.

“중앙당기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하겠지만, 당 대표였던 만큼 가장 높은 수준의 처분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당 대표였으니까 가장 가혹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 김 전 대표와는 평소 소통을 많이 했고, 젠더 이슈에 대한 지지도 많이 받았다. 권위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과 권력을 가진 줄 몰랐던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권력을 남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건 내용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안타깝고 공포스러웠다.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했다. 그렇다고 사건을 은폐하거나 묵인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 알리고 성실히 문제를 풀어가는 게 책임지는 일이라고 단단히 마음 먹었다.”

-이번 사건을 통과하며 어떤 의미와 교훈을 찾아야 하나.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일, 즉 성폭력 사건 처리다. 원칙적으로 처리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다른 정당들이 정의당의 문제 해결 과정을 보고, 배우고, 깨달았으면 한다. 찔릴 만한 정치인들은 찔렸으면 좋겠다. “잘못하면 내 의원직 날아가겠네?”라고 각성했으면 한다. 국민 삶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이 타인의 존엄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피해자들에겐 장 의원처럼 용기를 내도 괜찮다는 정확한 메시지를 주고 싶다.”

-장 의원에 대한 2차 가해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추행을 했나, 술은 먹었나, 왜 단 둘이 만났나'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질문의 목적은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거나, 가해자가 그저 가벼운 실수를 한 것 아니냐고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성추행 사실 관계에 다툼은 없었다.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제발 멈춰 달라.”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왼쪽부터 류호정 의원, 강 원내대표, 심상정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왼쪽부터 류호정 의원, 강 원내대표, 심상정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장 의원이 김 전 대표 사법 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엉뚱한 비판을 산다.

"형사 체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열어두면 좋겠다. ‘우리는 경찰에 신고했으니 책임을 다했다’고 끝내는 건 너무 도식적이다. 장 의원은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대충 넘어가려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피해자가 주체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때 ‘피해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피해자다움을 타파할 수 있다. 성폭력 문제에선 피해자의 의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제 등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민주당에도 여성단체 출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사 결정 주체가 50,60대 남성들이라는 게 문제다. 여성 의원들이 그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남성들과 대적하면 민주당에서 받는 정치적 이익을 다 포기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도 있었을 것이다.”



정지용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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