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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공수처 이첩 여부 좌우할 기준 3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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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공수처 이첩 여부 좌우할 기준 3가지는?

입력
2021.01.28 04:30
수정
2021.01.28 17:5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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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신임 법무장관·권익위 "공수처 이첩" 발언
법조계 "공수처법 기준으로 이첩 여부 결정해야"
사건 성격은 '충족'... 검찰수사 상황 보면 '부적합'
김진욱 공수처장 "28일 입장 표명은 힘들 듯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 23일 출국을 시도하다 제지당하고 출국장으로 빠져나오는 모습. JTBC 캡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 23일 출국을 시도하다 제지당하고 출국장으로 빠져나오는 모습. JTBC 캡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사건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외형상 수사 대상은 물론, 적용 혐의 측면에서도 공수처가 맡는 게 적합해 보이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의혹 제기 단계부터 이번 파문의 전개 과정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성격이 너무 짙어져 버린 탓이다. 법조계에선 △현행법상 공수처 수사 사건 해당 여부 △검찰 수사 진행 정도 △수사의 공정성 담보 여부 등을 기준으로 공수처 이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수처 이첩 힘들다"던 권익위, 돌연 입장 바꿔

이번 논란에 불을 지핀 건 27일 공식 임명된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25일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가 맡는 게 옳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이 사건 공익신고자 A씨의 ‘수사기밀 유출’ 혐의 수사를 촉구하는 등 검찰에 견제구를 던지던 차에 나온 발언이었다.

게다가 국민권익위원회도 전날 “공수처 수사의뢰 등을 검토하겠다”면서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권익위는 당초 지난 4일 A씨가 이 사건을 제보하며 ‘공수처 이첩’을 요구했을 땐 ‘출범에만 수개월 소요가 예상돼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A씨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 이첩 시 증거인멸 시도 등 수사에 커다란 장애가 우려된다”고 밝히는 등 권익위의 갑작스런 태도 변경을 문제 삼고 있는 상태다.

①수사대상·적용 혐의론 '공수처 사건' 해당

공수처 이첩 여부 결정 때 고려할 최우선 요소는 물론, 현행 공수처법이다. 일단 수사선상에 이미 올랐거나 향후 오를 가능성이 있는 △이규원 검사(위법적인 긴급출금 요청서 작성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출금 과정 최종 책임자) 등은 공수처 수사 대상에 해당한다. 이 사건 핵심 혐의로 거론되는 직권남용죄도 대표적인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 유형이다. 공수처 사건의 조건에는 딱 맞는 셈이다.

김진욱(오른쪽)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를 찾아 이찬희(왼쪽) 대한변협 회장을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김진욱(오른쪽)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를 찾아 이찬희(왼쪽) 대한변협 회장을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②수사 진행정도 ③수사 공정성 등은 '미충족'

하지만 이것만으로 공수처가 무조건 수사하는 건 아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일 땐, 공수처법 제24조1항에 따라 △타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정도 △수사 공정성 등을 따져, ‘공수처가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선 바로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해석이 많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해당 조항에 나오는 ‘수사 진행 정도’의 의미는 ‘수사 초기라면 빨리 넘기라’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법무부ㆍ대검 압수수색까지 진행됐고, 관련자 조사도 이뤄지는데 공수처에 넘기면 수사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원지검은 전날 법무부 산하 인천공항출입국ㆍ외국인인청(인천공항청)의 A 청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등 2019년 3월 김 전 차관 긴급출금 과정에 관여한 법무부 관계자들을 연일 소환하고 있다.

수사 공정성도 도마에 오를 공산이 크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정성이란 곧 ‘봐주기’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리는데, 현재 검찰의 수사 속도와 강도 등을 감안하면, 누군가를 봐주려는 수사라고 볼 여지가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지금 이첩 땐... '봐주기' 논란 휘말릴 수도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면, 오히려 ‘축소 수사’ 논란에 휘말릴 게 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수사가 불가능한 공수처가 무작정 이첩을 요구,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면 결국 수사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 인력 채우는 데만 최소 2개월 걸린다는데, 수사가 멈추는 것 자체로 ‘봐주기 일환’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수처도 당장 이첩 여부를 결정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오전 “28일 헌법재판소의 공수처법 위헌 판단이 나오면, 몇 시간 후 이첩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가, 오후 들어선 “당장 28일 입장 표명은 어려울 것 같다”고 번복했다. 김 처장은 “(이첩 등) 조항에 대한 헌재 해석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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