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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승 "50대가 연공제 포기하자, 한국사회 불평등 없애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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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승 "50대가 연공제 포기하자, 한국사회 불평등 없애려면"

입력
2021.01.26 16:26
수정
2021.01.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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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세대' 후속작 '쌀, 재난, 국가' 출간?
"벼농사 체제 부정적 유산, 연공제 타파해야"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쌀, 재난, 국가 -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 소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쌀, 재난, 국가 -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 소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 또래들이 들으면 분명 싫어할 이야기지만, 연공제를 타파하지 않고선 한국의 불평등은 절대 해소할 수 없어요. 연공제 정점에 서 있는 50대들이 스스로 연공제를 포기하고 직무제 전환에 이제라도 앞장서야 합니다. 인사이더들이 나서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질 수 없습니다.”

2019년 ‘불평등의 세대’(문학과지성사)에서 한국사회 불평등 문제의 핵심으로 586세대의 권력 및 자원 독점을 정면으로 겨누었던 이철승(50)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연공제 타파’라는 보다 분명한 불평등 해결책을 들고 돌아왔다. 연공제는 근무 연한에 따라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형태를 말한다. 노동자의 실제 노동 강도나 성취와 무관하게 단순히 나이가 많고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더 큰 보상을 받는다.

신작 ‘쌀, 재난, 국가’(문학과지성사)는 이 교수가 구상하는 불평등 프로젝트 3부작의 2번째 책이다. 전작이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위계와 불평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지”에 대한 동시대적 분석이었다면, 이번 책은 역사적, 문화적 접근을 통해 한국 사회 불평등의 기원을 좇는다. 26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간담회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수천 년 동안 한반도 거주민들이 쌀, 재난, 국가라는 키워드와 조응하며 만들어낸 ‘벼농사 체제’가 한국 사회의 긍정적 유산과 부정적 유산을 남겼다고 진단한다. 긍정적 유산은 압축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①재난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구휼국가의 발전 ②상호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인 공동노동 조직 ③표준화와 평준화의 기술 튜닝 시스템 등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쌀 문화를 지닌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구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역에 성공한 이유도 ‘협업과 관계의 DNA’에서 찾았다. 이 교수는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눈치를 주는 문화를 서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다. 굉장히 강력한 상호 감시체제는 쌀 문화권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벼농사 체제가 남긴 부정적 유산의 뿌리도 깊다. 이 교수는 ①나이와 위계에 따른 연공서열 문화와 연공급 위주의 노동시장 ②여성 배제의 사회구조 ③시험을 통한 선발 및 신분유지 ④땅과 재산에 대한 집착 및 씨족 계보로의 상속이 이뤄지는 사적 복지 체제의 구조 등을 제시했다. 청년 실업, 비정규직, 학벌주의, 부동산, 여성 차별 등 한국 사회의 근본적 문제들과 맞닿아 있는 지점들이다. 그는 “너무 바꾸기 힘든 것들은 보통 잘 얘기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실타래처럼 얽힌 복잡한 문제들의 궁극적 해결책으로 이 교수가 제시한 건, 연공제 타파다. 공무원 조직은 물론 한국 사회 기업 다수의 정규직이 해당되는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정규직 노조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들테고, 연차 쌓이면 월급 올라가는 정규직 전환만 바라보는 비정규직 입장에서도 충분히 반발할 수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재의 연공제로 지탱되는 한국 사회구조는 지속가능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더 이상의 성장도 기대할 수 없거니와, 무엇보다 악화하는 불평등은 미래세대가 감당하기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다. 연공제 대신 보다 정의롭고 공정한 숙련 보상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모두의 미래를 위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다. “거칠게 얘기하면 연공제를 없애고 결국 우리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가자는 겁니다. 그렇다고 인센티브가 없으면 안되겠죠. 연차와 위계가 아니라 일 더 많이 하고, 잘하는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겁니다."

이 교수는 후속작에선 불평등 극복 과제를 더 파고들겠다고 했다. 여러 대안을 구상 중인데, 핵심은 "노동이 자본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창업 시스템과 생태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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