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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분류작업서 벗어났지만... "택배기사 수입 감소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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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분류작업서 벗어났지만... "택배기사 수입 감소 어쩌나"

입력
2021.01.22 04:30
수정
2021.01.2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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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1차 합의 발표

한 택배기사가 21일 서울 시내의 한 도로가에 화물차를 세우고 수북이 쌓인 택배 상자를 옮기고 있다. 뉴스1

한 택배기사가 21일 서울 시내의 한 도로가에 화물차를 세우고 수북이 쌓인 택배 상자를 옮기고 있다. 뉴스1


노사정이 머리를 맞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21일 도출해낸 ‘과로사 대책 1차 합의’에 대해 노동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택배 분류작업을 택배회사 책임으로 돌려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로사가 정말 없어질 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여전하다.

전문가들이 제일 먼저 문제 삼는 건 택배기사의 주 최대 노동시간을 60시간(일 최대 12시간)으로 설정해둔 부분이다. 주 60시간은 산업재해 승인 과로사 기준시간이다. 주52시간 시대에 택배기사들에게 60시간 근로를 허용해놓고 과로를 방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주 최대 노동시간을 과로사 기준이 60시간에다 맞춘 것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 주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택배 일은 옥외에서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무거운 짐을 수시로 나르는 작업인데 60시간을 일하게 허용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분류작업을 택배업체 책임으로 돌려놨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분류 작업을 할 자동화 설비가 완전히 도입되기 전까지 택배사들은 택배 기사에게 일을 시키고,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생계비가 급급한 택배기사들의 사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장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전 민주노총 법률원장 권두섭 변호사는 “이제까지 택배기사의 분류작업이 무임노동이나 마찬가지였다"며 “당초 요구대로 분류작업을 택배사가 완전히 가져가지 않는 이상, 택배기사들로서는 분류작업을 슬그머니 떠안고 다시 장시간 노동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기사들의 소득감소 문제도 걱정거리다. 택배사들은 택배기사 수수료에 분류 수수료가 포함돼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제 택배사들이 분류작업을 가져가게 되면 운송ㆍ집하 수수료를 줄이고, 분류 수수료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같은 물량을 배달하더라도 택배기사들의 수입이 줄 수 있다. 전체 근로시간이 줄어 수입이 주는 것에 이은 두 번째 타격인 셈이다.

박귀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전략조직부장은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하는 이유가 받는 운임은 적고, 내야 하는 화물차의 유류비와 관리비는 많으니 생계비를 확보해야 해서다"라며 “운송 수수료 인상이라는 현실적인 생계대책 없이 다른 조건들을 고치는 건 근본적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컨테이너·시멘트 화물 노동자에게 최저 생계비를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택배 노동자에게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오후 9시까지 제한된 심야배송도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강행규정이 아닌데다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얘기다. 실제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자 몇몇 택배사들은 자체적으로 배송시간을 오후10시로 제한했지만, 택배기사들은 어차피 다음날 배송해야 할 물건들이란 이유로 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다 많았다. 일부 기사들은 시한에 맞춰 배송하느라 난폭 운전을 하는 등 근로조건이 오히려 더 열악해졌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또 '새벽배송' 문제가 아예 제외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새벽배송은 일반 택배사가 아니라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곳에서 자체배송하는 것이라, 이번 논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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