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평아리 대량 도살 금지 추진
부화 전 계란 식별해 암컷만 부화시키는 기술 도입
1980년대 미국 이민 한인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에서 한예리가 연기하는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사 일로 생계를 꾸린다. 당시 한인 이민자 생활상의 반영이다.
병아리 감별은 계란을 생산하지 못하고 같은 사료를 먹어도 암컷만큼 살이 붙지 않는 수컷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구별해 내는 과정이다. 세계 각지 병아리 감별사의 60%가 한국인으로 추산될 정도로 섬세한 손재주를 지닌 한국인이 강세를 보이는 직업으로 꼽힌다.
이 같은 병아리 감별사가 독일에서는 사라지게 됐다. 독일 정부가 동물 복지를 위해 수평아리 분쇄 금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20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는 "독일이 2022년 수평아리 도살을 금지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된다"고 전했다. 율리아 클뢰크너 독일 식품농업부 장관은 이날 "수평아리 도살 관행을 끝내는 법률 초안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70억마리의 수평아리가 분쇄기에 갈리거나 질식사 당한다. 독일에서만도 매년 약 4,500만마리의 수평아리가 희생된다. 이에 따라 수평아리 도살은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독일 정부는 이 같은 '살상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계란을 식별해 암컷만 부화시키는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독일은 2015년에 수평아리 도살 금지를 공포했지만 성 감별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시행을 미뤄 왔다. 법안은 독일 하원의 입법 승인을 거쳐서 발효된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여전히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일 푸드워치는 "이번 법안으로 수평아리를 죽이는 관행은 금지되겠지만 암탉이 비정상적으로 계란을 많이 낳게 하는 고통에 대해서는 어떤 변화도 시도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1월 독일과 프랑스는 2021년 말까지 수평아리 분쇄 관행을 끝내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지난해 병아리 도살 관행을 금지했지만 가스로 질식시켜 처리하는 방식은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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