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의사당 난동 '민주주의'로 회복 강조
② '통합'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 호소
③ 행정조치 17건 트럼프 정책 뒤엎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서 '민주주의'(Democracy)와 '통합'(Unify)을 전면에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4년간 미국에서 실종된 핵심 가치로 규정하면서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은 물론, 기후변화, 글로벌 지위 회복 등 7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국제 문제보다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미국 내 현안부터 해결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업무로 트럼프 잔재 지우기에 나서 ‘ABT(Anything But Trumpㆍ트럼프 정책만 아니면 돼)’를 즉각 작동시켰다.
①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행한 21분의 취임사 연설 중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11차례 반복된 민주주의였다.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가 소중하다는 걸 배웠다. 민주주의는 부서지기 쉽다. (그렇지만) 친구들이여, 지금 이 시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6일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동 사태를 미국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든 ‘폭력’으로 규정하며 극복을 강조한 것이다.
또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우월주의, 미국 내 테러리즘을 지목한 뒤 “미국은 이 세력들에 맞서 싸워 물리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당 난동 사태를 언급할 때는 “절대 이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② “통합 없이 평화 없다”
9차례 언급한 통합 키워드는 그가 대선 기간부터 일관되게 강조했던 주제다. 지난 4년 ‘분열과 혐오’로 점철됐던 트럼프식 통치를 끝내겠다는 다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합이 없으면 평화가 없고 오직 쓰라림과 분노만 있다. 진보가 없고 소모적인 격분만 있고, 나라가 없고 혼란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위기와 도전의 순간이다. 통합이 전진하는 길”이라며 ‘하나 된 미국’을 호소했다.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맹세하건대 나를 지지한 사람을 위해서 싸우는 만큼,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싸우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사회 통합으로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연설 도중 코로나19로 사망한 40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기리기 위해 묵념을 청하자 취임식장은 물론 거리에서 취임식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머리를 숙였다. 그는 “우리는 두려움이 아닌 희망, 분열이 아닌 통합, 어둠이 아닌 빛에 관한 미국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③ “모범의 힘으로 세계 이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는 대부분 미국 국내 현안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 찢겨진 미국사회 회복부터 시급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외교정책 등과 관련해 “우리는 단순히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세계를) 이끌 것”이란 라는 기존 대선 승리연설을 되풀이한 정도였다. 그는 “우리의 동맹을 회복하고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관여할 것이다. 우리는 평화, 진보, 안보를 위해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동맹 경시 정책 대신 다자주의와 동맹을 중시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목표 제시였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나 중국, 이란 등 구체적인 나라는 거론하지 않았다. 또 취임사에서 국제 이슈에 할당된 양도 전체 2,519개 단어 중 5문장, 51단어에 그쳤다.
④ ABT 속도전
취임사를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에 이어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는 첫 행사로 17개 행정조치 서명에 나섰다. 취임사에서 진로 전환 의지를 공개한 뒤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수단인 행정명령으로 ABT 실천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서명한 15건의 행정명령과 2건의 기관조치에는 △연방기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중단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7개 이슬람 국가 국민 입국 금지 철회 △미국ㆍ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경시, 반(反)이민정책 등을 취임 5시간 만에 뒤엎은 셈이다. 미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사의 어떤 대통령보다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전임자의 유산을 해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코로나19 △기후변화 △인종형평성 △경제 △보건 △이민 △(미국의) 글로벌 지위 회복 등 7개 항목을 ‘바이든ㆍ해리스 행정부의 당면 국정과제’라고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첫 브리핑을 갖고 ‘진실’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미국민과의 신뢰를 재건하는 것이 우리 초점이 될 것”이라며 백악관 브리핑이 거의 없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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