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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설 베껴 수차례 문학상... 힘 없는 학생의 글 빼앗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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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설 베껴 수차례 문학상... 힘 없는 학생의 글 빼앗다니"

입력
2021.01.17 14:39
수정
2021.01.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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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백마문화상 받은 작가 김민정씨 인터뷰
"도용은 범죄라는 사실 깨달아야" 피해 소송 의사
소설가협회 "문학 나락에 떨어져 분개"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작가 김민정씨가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작가 김민정씨가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소설 '뿌리'의 작가 김민정씨가 다수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한 남성이 자신의 소설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작가는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도용되었으며, 도용한 분이 2020년 다섯 개의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하였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구절이나 문단이 비슷한 표절의 수준을 넘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그대로 투고한 명백한 '도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 글을 도용한 분은 저의 소설 '뿌리'로 '제 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이렇게 다섯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다"며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에서는 제목을 제 원 소설의 제목 '뿌리'에서 '꿈'으로 바꾸어 투고했고, 나머지는 제목과 내용 모두를 도용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1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포털의 신춘문예 카페에서 관련 문제가 제기됐고, 온라인 커뮤니티 문학갤러리에서 확산됐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SNS 댓글로 전해줘서 15일 밤 알게 됐다"면서 "이번 주에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표절한 분이 창작물을 도용해서 금전적으로 이득을 취한 건 범죄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으면 좋겠고, 이번 일로 인해 내가 받은 피해 등을 소송을 통해 보상받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내가 상을 받은 '백마문화상'은 전국대학생공모전으로 큰 상은 아니다"라며 "이름 없는 대학생의 글이라서 도용해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힘없는 사람의 것을 빼앗은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표절한 분이 다른 글들도 표절해서 상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 더 큰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며 "원래 소설 쓰는 분도 아닌 걸로 보이는데 '공모전 헌터'처럼 간절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 금전적 이득을 취한다는 사실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소설가협회 "협회 측에서 매뉴얼 만들어서 공지하도록 할 것"

이와 관련 이런 의도적 표절이나 '문학상 헌터'를 제도적으로 원천 방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호운 소설가협회 이사장은 이날 한국일보에 "나쁜 마음을 먹고 (표절을) 하는 사람을 막기는 힘들다"며 검색 프로그램이 있긴 하나 사이트에 자료가 올라와야 검색이 되고 아닌 경우 문장 전체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야 하는데 그 경우에는 걸러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협회 측에서 문학 매뉴얼을 만들어서 문학상 운영하는 곳들에 공지를 하는 등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의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문학상 주최자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좀더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 문학이 이렇게 나락에 떨어졌다 싶어 몹시 분개한다"며 "문학상 자체를 탓할 순 없다. 다만 우리 사회에 인문학이 이렇게 추락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로 문학 열심히 하는 나머지 분들이 의기소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손성원 기자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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