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트럼프"… 그래도 '트럼피즘'은 살아있다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굿바이 트럼프"… 그래도 '트럼피즘'은 살아있다

입력
2021.01.19 19:00
수정
2021.01.19 20:10
0 0

[탈 많았던 트럼프 시대 막 내려]
"업적보다 파괴적 영향, 역사에"
역대 두번째 득표, 지지층 확고
퇴장까지 '마이웨이' 송별 행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4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람에 나부끼는 성조기가 뒤편으로 보인다. 잭슨빌=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호기롭게 백악관에 입성했던 제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정말 탈 많았던 트럼프의 4년이 20일(현지시간) 막을 내린다. 정치 이단아로 워싱턴 정가와 국제사회에 파란을 일으킨 그가 남긴 족적은 위대함보다는 불명예로 점철돼 있다. 미 역사상 초로 연방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을 당했고, 재선에도 실패한 4번째 대통령이 됐다. 그래도 트럼프는 건재하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기반으로 다시 4년 후를 도모할 기세다.

세계를 뒤흔든 '트럼피즘' 4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와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2017년 취임 첫 해 단행한 두 정책은 ‘트럼프식 정치’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줬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큰 줄기 아래 반(反)세계주의, 반이민정책 등을 아우르는 이런 행보를 두고 ‘트럼피즘(Trumpismㆍ트럼프주의)’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역사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업적보다는 파괴적 영향으로 판단할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 리처드 하스 회장

성과도 물론 있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는 공화당을 조금 더 친(親)노동자 정당으로 만들었고 중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견해를 바꿨다”고 평했다. 사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해 2월 미국의 실업률은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인 3.5%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의 과오는 업적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리처드 하스 회장은 “역사는 트럼프 임기를 파괴적 영향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대 실책은 소홀한 감염병 대응이다. 40만명 넘게 목숨을 잃었고 경제는 휘청였다. 또 국회의사당까지 유린한 대선 결과 불복은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했다. 인종차별 등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대통령의 발언은 일상사가 됐다. 국제 외교를 주무르며 콧대 높던 미국의 위상도 속절없이 추락했다. 실패한 대통령 트럼프는 여론이 증명한다. 15일 발표된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 조사를 보면 트럼프가 ‘뛰어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48%는 ‘형편 없는 대통령’, 11%는 ‘평균 이하의 대통령’으로 그를 기억했다.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월 20일 취임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트럼프는 사라지지 않았다

단, 트럼프의 퇴장이 트럼피즘의 소멸은 아니다. 역대 최다 득표(7,422만표ㆍ46.9%)로 낙선한 그의 지지층은 철옹성과 같다. 이런 인기 탓에 13일 연방하원의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공화당 의원 197명 중 단 10명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의회가 폭도들에 의해 난장판이 돼도 공화당이 그를 쉽게 내칠 수 없는 이유다.

트럼프 자신도 ‘와신상담’을 벼른다. WP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플로리다를 재기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딸 이방카의 2022년 플로리다주(州) 상원의원 출마설도 솔솔 흘러 나온다.

설령 트럼프가 정치 무대에서 사라져도 트럼피즘은 다시 불 붙을 수 있다. 데이비드 블라이트 예일대 교수는 최근 일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거침없는 지배층과 기독교 민족주의, 억울한 백인 노동자 계급의 연대가 구축되면 트럼프는 되살아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도 인종을 차별하고 극우파를 끌어 안는 공화당의 오랜 행태가 뿌리였다. 때문에 트럼프처럼 이민자를 무시하고 가난한 백인 노동자의 불안감을 건드리는 ‘제2의 트럼프’는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요 발언. 그래픽=신동준 기자


퇴장까지 시끄러운 대통령

트럼프는 끝까지 그다웠다. 확실한 대선 승복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하나같이 통상적인 대통령 퇴임 절차에 어긋나는 일들이다. 역대 미 대통령들이 후임자의 성공을 바라며 손편지를 남기는 오랜 관행도 지키지 않을 것 같다.

대신 ‘셀프 송별’ 행사로 대미를 장식한다.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는 바이든 취임 직전에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이동해 21발의 예포와 레드카펫, 군악대 연주 등으로 이뤄진 송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자택이 마련된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게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진달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