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물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주식시장이 빠르게 과열되면서 위로든, 아래로든 당장 금리 수준을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5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까지 크게 끌어 내렸으며, 두 달 만에 0.25%포인트를 추가로 내린 뒤 이후 0.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성장세 회복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금리동결 배경을 밝혔다.
최근 정보기술(IT) 부문 중심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설비투자도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염려가 적은 것도 초저금리 유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석유류와 공공서비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 중반의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기본 생필품을 기준으로 하는 생활물가 수준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값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은 만큼 금리를 인상할 유인이 없는 것이다.
이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현재 0~0.25% 수준인 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도 금통위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0.25~0.5%포인트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외국인 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보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금통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한 대로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부풀어오르고 있는 자산시장에 대해서는 '유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자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주택 가격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 변화에 유의하며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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