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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 '큰 손님' 받은 청송, 그후 20일 "5m 담장안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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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 '큰 손님' 받은 청송, 그후 20일 "5m 담장안 전쟁 중"

입력
2021.01.17 16:40
수정
2021.01.17 18: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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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생활치료센터 경북북부제2교도소
초반 '멘붕'·격앙 진정세… 수용자 빠른 회복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북부교정기관으로 진입하는 도로변에 설치된 '진보면코로나감시 주민상황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지난 16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농기계임대센터 앞. 한적한 시골 도로변에 큼지막한 천막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야생조류독감(AI) 감시 초소 정도로 예상하고 접근했지만, 주변에 요란하게 걸린 현수막이 지금 이곳에서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귀띔한다. “교정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는 진보면민입니다.”

이 길은 경북북부교정기관으로 통하는 길목이다. 서시천 위로 놓인 작은 다리하나를 건너 산길로 난 길을 따라가면 경북북부2교도소와 만난다. 지난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집단감염, 이송돼 온 수백명의 확진 재소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천막은 지역 주민들이 감염된 재소자 추가 이송 감시를 위한 초소였다.

황진수 진보청년연합회장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고, 대승적 차원에서 재소자들의 청송 이감을 받아들였지만, 우리 지역으로의 확산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추가 이송 없다고 한 정부의 말을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진보면 코로나 감시 주민상황실’ 옆으로 또 다른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다. “대통령님, 추가 이송은 없다는 약속 지켜주십시오.” 진보면 인구는 6,500명으로 청송읍(5,200명)보다 많다.

진보면 코로나 감시 주민상황실 천막에 교정기관 직원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광덕산이 병풍처럼 뒤를 두르고 있고, 그 아래로 흐르는 반변천이 교도소들을 휘감고 있는 이곳은 지난달 28일 ‘큰 손님’을 받으면서 크게 술렁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일이 지난 이 날은 평온 그 자체였다. 상황실을 지키던 서너명의 주민들은 방한복으로 중무장을 한 채 의자에 앉아 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이따금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에게 시선 한 번 주는 게 전부다. 차를 세운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초소 한 관계자는 “확진자 추가 이송 여부는 물론, 교정직원들이 입었던 방호복 등 코로나 폐기물이 규정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초소는 이감 이튿날이던 지난달 29일 설치됐다.

대승적 결단을 내린 진보면 주민들이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았다. 서울에서 온 확진수용자를 통해 진보면, 청송읍 등에 주거지를 두고 있는 교정직원들이 감염된다면 인구 2만5,000의 청송군 지역사회 전파는 시간문제인 탓이다. 한 주민은 “교정 직원 절반 이상이 시설 밖에서 일반인들과 섞여 살고 있고, 교도소 직원도 우리 주민”이라며 “이들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가정으로, 지역사회로, 일상 업무로 복귀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경북북부교정기관 진입로변에 설치된 현수막.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이들은 또 밖에서 지역주민과 교정직원을 대립구도로 보는 시선엔 불편해 했다. 한 관계자는 “확진자 이송 결정 직후 정년이 많이 남은 한 직원이 뚜렷한 이유 없이 명예퇴직을 신청해 코로나 때문이 아닌가 짐작했지만, 다른 사직·휴직자 대부분은 육아나 연수 등을 위해 예정됐던 것”이라며 “이를 놓고 우르르 휴직계를 내고 ‘탈옥한다’고 비난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런 비난은 국난 극복을 위한 지역 주민과 교정 직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들에 따르면 실제 5m 높이 담장 안쪽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개 조에 20여명씩 편성돼 3일 근무 ? 14일 완전격리 - 4일 휴식 ? 재투입 근무를 반복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4일간의 휴식도 말이 휴식이지, 가족 외 외부 접촉과 출입을 극도로 삼가고 있다. 감옥살이도 이런 감옥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귀가 전 14일간의 격리는 교정시설 지구 내 교정관사 1개 동과 산림조합임업연수원, 자연휴양림 등에서 한다.

근무 직원들은 하루에도 방호복을 수차례 갈아입는다. 의료현장의 인력들에 비할 바가 될까 싶지만, 일반인들과는 다른 재소자들을 감시하는 일인 만큼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이들은 지역 업체들이 공급하는 도시락을 수용자들에게 일일이 나눠주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특별’ 쓰레기 등을 수거하는 일도 맡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방호복과 마스크, 페이스쉴드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기 어려워 마주치면 관등성명을 대기도 한다”며 “제한된 인원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다 보니 노동 강도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 제1조가 나흘간의 휴식을 마치고 두 번째 근무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북부교정기관 입구 광덕교.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17일 현재 경북북부제2교도소 수용자는 가석방·형집행정지 등으로 줄어 329명이다. 추가 검사 끝에 일부가 완치 판정을 받았고, 244명이 치료 중이다. 교도소 측 관계자는 “완치자라도 다른 데 이송하기 마땅치 않아 당분간 이곳에 계속 수용할 예정"이라며 "세 번 연속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완치 판정이 내려진다"고 말했다. 청송교도소를 통해 추가 확산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겠다는 각오다.

지난 7일 이곳으로 이송된 재소자 341명(4명은 석방) 중 155명이 음성으로 나왔다는 법무부에 발표에 대해 교정직원과 주민들은 고무된 분위기였다. 청송군 관계자는 “‘산소카페’ 청송의 맑은 공기와 후덕한 군민들의 인심이 확진 수용자들의 쾌유를 돕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송= 권정식 기자
청송=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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