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긴급 출금, 2019년 3월 막전막후]
"저희 팀은 적법 절차 준수 등 감안(하여 출국금지에 관한) 의견 없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김학의(65)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조사하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43) 검사가 2019년 3월 20일 오후 대검 기획조정부에 전달한 의견이다. 그런데 이 검사는 하루 전에는 "조사팀 회의에서 김학의 출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음. 출입국관리법상 현재 상태(수사가 진행될 게 명백한 사안)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출금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김 전 차관 출국금지(출금) 필요성을 놓고 하루 만에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러다 이 검사의 입장은 사흘 만에 또다시 '출금 필요'로 재선회한다. 같은 해 3월 23일 새벽 출국을 시도한 김 전 차관에게 돌연 과거 종결된 사건번호를 적용해 출금 조치를 한 것이다. 이 검사가 나흘에 걸쳐 두 차례 입장을 번복하고 위법 논란을 자초하기까지,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밝히는 것이 바로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수사의 과제다.
김학의 출금 당시 상황은
14일 김 전 차관 출금 관련 공익신고서와 당시 대검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2019년 3월 중순 진상조사단·법무부·대검 등은 모두 그가 외국으로 도주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3월 15일 진상조사단의 소환 요청에 김 전 차관이 불응했고, 1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조직의 명운을 걸라"고 수사를 지시하면서, 성추문 등 의혹을 받는 김 전 차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던 상황이다. 수사 개시 이전, 김 전 차관이 출국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건 당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의 '해외 도피'를 막기 위해 출금 가능성을 적극 논의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19일 이 검사는 대검 기조부에 출금 필요 의견을 전달했고, 기조부는 그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 검사는 이튿날 오후 1시15분 "김용민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주무위원에게 연락이 왔다"며 "법무부에서 출금 관련 입장이 정리됐으니, 조사단이 법무부로 출금요청을 해 달라고 한다고 (김 위원이)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검사는 법무부와 정식 논의를 거치진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조부 검사가 곧바로 법무부 입장을 확인했더니 "법무부는 입장을 정한 바 없고, 조사단 측에 출금 요청을 한 바도 없다"는 답변을 들은 것이다. 기조부는 같은 날 오후 2시40분 이 검사에게 출금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고려사항을 전달했다. 결국 2시간 뒤, 이 검사는 "의견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는 입장을 보냈다.
법무부, 진상조사단에 출금 정보 전달
외형상 법무부와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 진상조사단은 법무부로부터 이미 김 전 차관 출금 관련 정보를 전달받고 있었다.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이 3월 19일 오전부터 22일 밤까지 총 177회에 걸쳐 그의 출금 조치 여부, 출국 여부 등을 조회해 제공했던 것이다.
그리고 3월 22일 오후 10시52분쯤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 출국심사대를 통과했다는 정보가 보고되면서, 진상조사단 상황은 급박해졌다. 이튿날 0시8분 이 검사는 2013년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로 긴급 출금요청서를 작성했다. 또, 같은 날 오전 1시50분~4시21분 사후 승인 과정에선 해당 사건 번호를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라는 허위 번호로 수정했다.
일각에서는 3월 23일 새벽 긴급출금 조치에 앞서 대검 기조부 과장이 기조부 연구관에게 '출금 요청을 해 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러나 해당 과장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연구관에게 의견을 구한 건 사실이지만, 부정적 검토 의견을 보고받은 뒤 조사단에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결국 출금 필요성을 제기하고 실제 출금 조치를 취한 이 검사가 이번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쥔 셈이다. 이 검사가 며칠 동안 수차례 입장을 바꾸면서 청와대나 법무부 등 '윗선'과 연락을 취했는지, 그리고 출금 관련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규명하는 게 이 사건 수사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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