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는 났지만 석연치 않은 손혜원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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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는 났지만 석연치 않은 손혜원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 과정

입력
2021.01.15 04:30
수정
2021.01.1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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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피우진·임성현과 부친 서훈 면담 후
보훈처 직권 재심사… 논란되자 국회 허위답변
직원들 "지시 받아 처리" 진술…?일지에도 메모
피우진 직권남용 무혐의… 檢 "입증 증거 없어"
손혜원은 수사대상 아니라 검찰 조사 안 받아

손혜원 전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과 관련해 국회에 허위 답변 자료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현 전 국가보훈처 보훈예우국장(현 광주지방보훈청장)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당시 논란이 됐던 유공자 심사 과정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법원은 손 전 의원과의 면담 후 내려진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의 지시를 임 전 국장이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성규 부장판사는 13일 임 전 국장의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훈처가 직권으로 손 전 의원의 부친 고(故) 손용우 선생에 대해 독립유공자 서훈에 해당하는 건국훈장 애족장 포상을 결정했음에도, '손 전 의원 오빠가 전화로 재심사를 신청해 검토했다'며 국회에 허위 답변 자료를 수차례 제출한 점을 문제 삼았다.

손혜원 면담 후 피우진 지시에 "전향적 검토"

판결문에는 손 전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임성현 전 국장은 2018년 2월 6일 피우진 전 처장과 함께 손 전 의원 부친의 유공자 서훈 탈락 관련해 손 전 의원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 이튿날 피 전 처장 지시를 받은 임 전 국장은 국장실에서 회의를 주재해 황모 공훈발굴과장과 공적심사위원회 간사였던 이모 학예연구관에게 "손용우 선생에 대해 광복절을 계기로 심사에 부의, 더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 연구관의 업무일지에도 메모 형태로 기재돼 있었다. 임 전 국장 지시 이후 재심사 등록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면담 이틀만인 8일 손 전 의원 부친은 임 전 국장 지시에 따라 포상관리시스템에 입력됐다. 황 과장과 이 연구관은 유공자 포상 여부를 심사하는 공적심사위원회 심사위원이었고, 손 전 의원 부친에 대한 심사는 이들이 속한 분과에서 이뤄졌다.

몽양 여운형 선생의 수행 비서였던 손 전 의원 부친은 1940년 사회주의 운동을 하면서 서울에서 일제가 패전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동아·조선일보 폐간의 부당성을 성토하다가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해방 직후 조선공산당과 남조선노동당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1982년부터 2007년까지 총 6차례 보훈 신청에서 탈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광복절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고(故) 손용우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해 배우자 김경희에게 친수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그러나 2018년 4월 보훈처가 사회주의 활동 경력 인사에게도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포상심사 기준을 개선, 광복절을 계기로 손 전 의원 부친은 건국훈장을 받았다. 문제가 된 임 전 국장 답변 자료는 2019년 1월 손 전 의원과의 면담 사실 및 절차·기준 변경에 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로 보내게 된 것이다. 보훈처 직권에 따라 재심사한 것임에도, 답변 자료에는 손 전 의원 오빠의 재심사 신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작성됐다.

법원은 "임 전 국장이 손혜원 오빠의 전화 신청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국회 답변 자료를 작성한 보훈처 직원들은 절차의 부당함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상급자 지시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다만 법원은 임 전 국장에 대해서도 "상관인 피우진 전 처장의 지시를 거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심사 등록을 하고 국회 답변자료를 작성했던 보훈처 직원은 "손용우 선생의 경우 유족의 재심사 신청이 없었을 뿐 아니라, 공훈발굴 및 실무자 직권으로 재심사 부의를 할만한 사유가 없었음에도, 손 전 의원을 면담하고 온 피 전 처장 지시를 받은 임 전 국장 지시에 따라 심사 부의가 이뤄졌고, 국회 답변자료 제출시 임 전 국장이 결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법원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봤다.

검찰, 피우진 수사했지만 "청탁 증거 없어" 무혐의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이 2019년 3월 26일 열린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손혜원 당시 의원 부친 독립유공자 심사 과정 특혜 의혹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 전 처장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2019년 2월 고발돼 수사를 받았지만, 같은 해 7월 서울남부지검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당시 피 전 처장을 피의자로 적시해 보훈처 보훈예우국장실과 공훈발굴과, 보훈심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피 전 처장을 조사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손 전 의원과의 면담사실은 확인했으나 대화내용에 대한 조사와 위법성 판단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임 전 국장이 검찰에서 전면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피 전 처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피 전 처장의 입장은 파악했다"며 "면담 내용에 대해 관계자가 진술하지 않는데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위법하게 직무를 수행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손혜원 전 의원에 대해선 "당시 피고발인이 아니어서 형사처벌 판단 대상이 아니었고, 청탁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부정청탁금지법상 청탁한 사람에 대해선 과태료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사 기준 변경과 관련해서도 "당시 보훈처에서 포상 대상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계속돼왔고, 외부 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기준을 바꾼 것이기 때문에 청탁을 받아 바꾼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법정에 서게 된 사람은 결국 임 전 국장 한 명뿐이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특혜 은폐는 있는데 특혜는 없었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보훈처는 "개선된 독립유공자 포상 심사기준에 따라 정상적으로 유공자 선정이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임 전 국장의 변호인은 "손 전 의원의 오빠가 민원 등 실제 신청을 했었지만 기록에 없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이 난 것"이라며 "검찰이 손 전 의원과 피 전 처장을 엮으려다 안 되니 임 전 국장에게 괘씸죄를 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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