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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되고도 대남 스피커'... 北김여정 담화 궁금증 3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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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되고도 대남 스피커'... 北김여정 담화 궁금증 3제

입력
2021.01.14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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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하던 중 대화하고 있다. 맨왼쪽은 김영남 상임위원장, 오른쪽은 김정숙여사. 고영권 기자

2018년 2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하던 중 대화하고 있다. 맨왼쪽은 김영남 상임위원장, 오른쪽은 김정숙여사. 고영권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제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 동향을 추적한 남측을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했다. 최근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하고 직급도 강등됐지만, 여전한 위세를 과시한 것이다. 김여정이 새해 첫 ‘대남 스피커’로 나선 데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봤다.

① 왜 대남 비난 직접 나섰나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전날 담화를 통해 “남조선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 추적 중이라느니 하는 희떠운 소리를 내뱉었다”며 “남조선 당국이 품고 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남측을 "기괴한 족속"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담화는 ‘당 부부장’ 명의로 발표됐다. 김여정의 당 직위가 ‘제1부부장’에서 한 단계 낮아진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담화는 그의 정치적 입지나 위상이 흔들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공식 직위와 무관하게 자신이 계속 대남 문제를 총괄하고 있음을 대외에 알리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여정은 ‘백두혈통’의 우월적 신분을 바탕으로 직책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발휘해왔다”며 “공식 직책과 실제 위상 사이에 항상 큰 괴리가 있었기 때문에 후자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여정은 이날 대회 폐회식에서 주석단 둘째 줄에 앉았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 김 위원장 일정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②‘열병식’ 콕 집은 이유는?

열병식에 대한 우리 군 정찰활동을 갑자기 문제 삼은 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 한ㆍ미 양국이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으로 평양 상황을 들여다보는 게 달가울 리는 없지만, 이례적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담화가 열병식 추적에 대한 불만 표출보다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남북 인도주의적 협력을 ‘비본질적 문제’로 선 그은 김 위원장의 당대회 보고를 재차 상기시킨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에서 코로나19 협력을 제안한 데 대한 입장을 간접적ㆍ우회적으로 전달한 담화”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남북합의 이행,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 의제로 가져오라는 요구”라고 풀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당 총비서가 제8차 당대회가 폐막한 12일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김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하얀 원)이 네번째 줄에 서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당 총비서가 제8차 당대회가 폐막한 12일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김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하얀 원)이 네번째 줄에 서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③"특등 머저리"...비난 수위, 셌나

이날 담화의 비난 수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겨냥한 지난달 담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당시 김여정은 강 장관의 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발언을 “앞뒤 계산 없이 쏟은 망언”이라고 비난하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특히 담화 말미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날도 “꼭 후에는 계산이 돼야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담화 역시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게재되고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역대 두 번째로 길었던 8일간의 당대회 일정은 12일로 마무리됐다. 김 위원장은 결론에서도 새로운 경제ㆍ대외 돌파구 제시 없이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만 했다. 이번 대회에선 김 위원장 총비서 추대와 최측근 조용원의 파격 승진 정도만 남았다는 평가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경제 성과가 크게 미달됐으니 군사적 성과를 내세우고, 앞으로 5년간 북한식의 경제적 성과 만들기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총평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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