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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고, 욕 먹고 일하는'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 더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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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고, 욕 먹고 일하는'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 더 악화

입력
2021.01.12 13:00
수정
2021.01.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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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조사결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단지 배포, 야식 배달, 페스트푸드점 종업원….'

청소년 노동자들이 찾는 대표적인 일자리다. 물론 일상 생활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청소년 노동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고용주는 되레 아르바이트 자리를 줄이고 있고, 무인정산기계(키오스크)까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청소년 노동자의 노동인권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당한 대우와 인권 침해에도 꾹 참고 일하는 게 다반사다. 청소년 노동 현장에선 "목숨 건 배달 노동", "욕 먹고 일하는 곳"이라는 등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실태는 광주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12일 내놓은 '2020년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광주지역 청소년 3,289명과 중?고교 교원 734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 결과는 한 마디로 '일하는 청소년은 줄고, 부당 대우는 늘었다'로 압축된다.

실제 청소년들의 노동(아르바이트) 경험 비율은 3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2017년 실태 조사 당시 응답자의 14.9%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지난해엔 6.8%만 같은 응답을 하는데 그쳤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때문으로 풀이됐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4%가 최저임금(지난해 시간당 8,590원)이 오르면서 일자리가 줄었다고 답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 자리는 크게 줄었지만 노동 환경은 더 열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학생 중 부당한 대우를 받거가 인권 침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49.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2017년 조사 당시 응답 비율 23.9%보다 훨씬 높다. 부당 대우 유형으로는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고 일했다'가 23.6%로 가장 많았고, '임금을 계약보다 적게 받거나 받지 못한 적 있다'(23.2%), '일하기로 한 날 모두 일했는데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18.3%) 등의 순이었다.

근무 중 욕설과 폭언을 들은 청소년도 전체 응답자의 28.5%에 달했다. 이는 2017년 조사 때(10.3%)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 근무 중 부상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73%에 달했다. 욕설·폭언의 주체로는 손님이 68.9%로 가장 많았고, 고용주도 31.1%나 됐다. 성적 괴롭힘 역시 2017년 조사 당시 응답자의 4.3%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했지만 지난해엔 8.4%로 늘었다. 가해 주체는 상사나 선배 45.5%, 손님 40.9%, 고용주 36.4% 순이었다.

이처럼 청소년 노동 현장에 부당 대우와 인권침해가 고착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지만 피해자들(82.8%)은 아무런 대응도 못 한다는 게 현실이다. 피해자들은 '신고나 항의를 해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38.1%), ‘귀찮고 번거로워서’(36.5%)라는 이유를 댔다. 실제 인권 침해와 부당 대우에 대응했던 청소년들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34.2%), "전혀 도움도 안 됐다"(31.6%)고 했다.

이처럼 청소년 노동 여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지만 미래의 노동자인 학생들의 노동인권 의식을 높이기 위한 학교 내 노동교육은 활발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학교 내 노동인권 교육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지만 노동인권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41.1%에 그쳤다. 최근 3년 이내 교내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했다고 응답한 교사도 51%에 불과했다.

청소년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3년 전에 비해 크게 열악해진 청소년 노동의 밑바닥 환경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청소년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일선 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책임지는 전담 부서 설치 및 전담 인력 확보 등 전담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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