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중환자실서 사망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는 정신질환 앓아
사단법인·자원봉사자만 마지막 길 함께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그렇게 추웠던 이날 이곳에서는 유독 슬프고 쓸쓸한 장례식이 열렸다. 보통 술상이 올라오는 여느 빈소와 달리, 이곳에서는 죽은 이를 위해 빨대가 꽂힌 바나나 우유가 놓였다.
이 빈소 고인의 이름은 임소민(가명). 소민이는 생후 6개월이다.
병원 밖 세상은 모르고 떠난 소민이
소민양에겐 보호자가 있었지만, 이날 소민양 장례식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만 자리를 채웠다. 무연고자 장례를 대행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나눔과 나눔' 관계자가 상주 역할을 했고, 자원봉사자 등 10여명은 소민양이 하늘 나라로 떠나는 길을 함께 배웅했다. 소민양은 수의 대신 배냇저고리를 입고 먼 길을 떠났다.
6개월 영아의 장례식이 보호자도 없이 치러진 사연은 이렇다. 소민양은 6개월 전 선천성 심장질환을 안고 이 세상에 왔다. 아빠는 원래 양육을 하지 않았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소민양의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원활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엄마는 당연히 소민양의 양육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도움받을 곳도 없었다.
소민양은 태어난 직후부터 줄곧 혼자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병명은 폐동맥 판막폐쇄. 심장에서 폐로 나가는 동맥이 막혀 폐가 제 기능을 못하는 질환이다. 태어나자마자 서울 서초구 한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예후가 좋지 않았다. 줄곧 중환자실 밖으로 나갈 수 없었지만,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는 찾아오지 않았고 나중엔 엄마마저 연락이 끊겼다. 병원 측에 따르면, 기저귀를 사주는 사람마저 없어 간호사들이 나서 기저귀를 구입해 갈아줘야 했다고 한다.
두 달 남짓 엄마와 연락이 두절된 사이 소민양의 상태는 점차 나빠졌다. 보다 못한 병원 측이 지난달 10일 엄마를 아동방임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개입하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와 연락이 닿았으나, 그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지난달 17일 소민양은 병원 밖 세상으로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채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소민양은 숨진 후에도 3주 이상 병원 안 차디찬 곳에 방치돼야만 했다. 보호자와 연락이 다시 두절돼 장례를 제때 치르지 못한 탓이다.
엄마는 정신질환 "퇴원하면 입양 보내려..."
장례 절차가 지연되자 기초생활수급자였던 모녀를 관리하던 서울 노원구청이 병원 협조 요청을 받아 엄마에게 대신 연락을 넣어 딸의 사망 소식을 전달했다. 엄마는 딸의 죽음을 인지하는 듯 했으나, 건강상 이유 등으로 장례를 치르기 어렵다고 답했다. 결국 노원구청은 사단법인 나눔과 나눔에 장례를 의뢰했고, 소민양을 치료한 병원 측이 병원비 2,800여만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소민양의 마지막 길을 지켜준 한 자원봉사자는 "무연고 성인 장례식과는 느낌이 참 다르다"며 "세상에 나와서 빛도 얼마 못 보지 않았냐"고 안타까워했다.
아빠와 연락이 닿지 않고,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 병원에 방치된 소민양을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난치병 단체 관계자는 "보호자가 나서지 않는 이상 우리가 도와줄 방법이 없다"며 "아무리 관련 제도가 있다고 해도 보호자가 방치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구청 등에 따르면 소민양이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이 엄마는 관할 구청과 논의 끝에 아기를 입양 보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소민양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면서, 입양 계획도 무산되고 말았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아기가 퇴원하면 입양을 보내려고 관련 기관도 알아 둔 상태였는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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