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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왜 내 대출금리만 계속 올라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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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왜 내 대출금리만 계속 올라갈까?

입력
2021.02.14 11: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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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후 기준금리는 0.5%에 고정돼 있지만, 실제 대출 금리는 8월 이후 계속 오르고 있어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5월 이후 기준금리는 0.5%에 고정돼 있지만, 실제 대출 금리는 8월 이후 계속 오르고 있어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지난해 주택 구매를 위해 4억5,000만원을 빌린 A씨는 최근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상환금 규모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만 해도 80만원대 초반이었던 이자가 지난달엔 100만원 가까이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예·적금 금리는 떨어지기만 하고 오르질 않는데, 3개월마다 조정되는 대출금리는 9월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5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떨어뜨린 뒤 9개월째 '제로(0) 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한동안 낮아지던 시장금리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외 상황이 시장금리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출을 감당해야 할 서민들이다. 변동금리 가계대출자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불황기 취약 계층의 빚 부담은 계속 더 커지게 됐다.

조금씩 오르는 시장금리

가계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를 0%대로 인하한 4월과 5월 이후 계속 낮아지다가 8월(2.55%)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제공

가계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를 0%대로 인하한 4월과 5월 이후 계속 낮아지다가 8월(2.55%)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제공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연 2.76~2.95%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2.45~2.7% 수준이었던 주담대 금리가 5개월 만에 0.3%포인트가량 오른 것이다.

신용대출도 마찬가지다. 작년 8월 평균 2.34~2.78%에 머물던 금리가 지난달 2.75~3.55%까지 올랐다. 주담대보다 훨씬 빠른 상승세다.

가계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무관하게 빠르게 치솟는 중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4월(2.89%) 이후 계속 낮아져 8월 2.55%로 최저치를 찍은 뒤 다시 올라 12월 2.79%까지 치솟았다. 올해 1월엔 이보다 더 높아져 지난해 4, 5월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도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낮은 기준금리 영향으로 예·적금 금리 상승세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가계대출 금리만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지난해 '영끌'해 빚을 낸 사람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만 오르는 이유는?

코픽스(COFIX) 추이*신규취급액 기준 (단위: %)
(자료: 은행연합회)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는 첫째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당국이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신용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12월 내내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없애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줄였다. 이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 신용대출이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이자 일부 은행에서는 우대금리를 낮추기도 했다.

변동금리형 주담대는 코픽스(COFIX) 변화에 가장 영향을 받는다. 코픽스란 국내 8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SC제일·씨티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예금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금융채 등 여러 수신상품 금리에 의해 결정된다. 즉,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대출금리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매달 발표되는 코픽스 금리는 지난해 9월 0.8%에서 올해 1월엔 0.9% 수준까지 올랐다.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 변화 추이. 마찬가지로 지난해 8월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해 연말 장기물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 한국은행 제공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 변화 추이. 마찬가지로 지난해 8월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해 연말 장기물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 한국은행 제공

코픽스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고채 금리다. 지난해 8월만 해도 평균 0.83%(3년물), 1.37%(10년물)였던 국고채 금리는 꾸준히 상승해 올해 들어 0.99%, 1.83%까지 상승했다. 15개월 만에 최고치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세계적으로 시장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데, 조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에 기대감이 높아져 미국의 국채금리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 선을 밑돌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장중 1.2%를 넘기기도 했다.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이에 연동된 은행채 금리도 함께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중엔 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69%를 넘길 정도로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진 상황인 만큼 차주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신용대출을 조이고 있는 데다 국채 발행도 늘어날 전망이라, 기준금리 동결과는 관계 없이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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