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뜨는 스타트업, 크라우드 디자인 회사 스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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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뜨는 스타트업, 크라우드 디자인 회사 스터닝

입력
2021.01.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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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대표 “국내 디자이너의 절반이 모여 있는 곳"
아마존 삼성 LG 등 유명 기업들이 고객사

애플, B&O, 알레시, 샤넬, 롤스 로이스. 전세계에서 제품 디자인을 잘하기로 유명한 회사들이다. 이들은 조나단 아이브, 디터 람스, 칼 라거펠트 등 유명한 디자이너들을 고용하거나 협업해 제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펜타그램, 랜도, 메타디자인 등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업체들과 적극 협력한다.

이들이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가지, 사람의 첫 인상처럼 제품이나 서비스도 디자인이 시선을 잡아 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유명 디자이너들과 디자인 전문업체를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워낙 많은 돈이 들고 디자이너들을 영입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김승환(36) 대표가 창업한 스터닝은 이 점을 파고든 역발상 신생기업(스타트업)이다. 디자이너들을 찾기 힘들면 디자이너들이 모이게 하고 여기서 자유롭게 디자인을 사고 팔자는 것이 스터닝의 출발점이다.

김승환 스터닝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비대면 방식의 디자인 의뢰 플랫폼 '라우드소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디자이너들의 놀이터 같은 회사

스터닝은 디자인 관련업체 라우더스와 노트폴리오라는 2개의 스타트업이 지난해 7월 합병해 탄생했다. 김 대표가 2011년 창업한 라우더스가 노트폴리오를 합병했다. 라우더스는 디자이너들의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플랫폼이었고 노트폴리오는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뽐내는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합병하면서 사명도 믿을 수 없이 멋지고 아름답다는 뜻의 스터닝으로 바꿨다. “라우더스는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대한 갈증이 컸고 노트폴리오는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양 사의 아쉬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합병했죠.”

두 업체가 합쳐서 태어난 스터닝은 무려 18만명의 창작자들이 모여 작품을 소개하는 디자이너들의 놀이터 같은 스타트업이다. 디자인이 필요한 회사에서 채용 공고 올리듯 '라우드소싱'이라는 사이트에 디자인을 공개 의뢰하면 디자이너들이 여기 응모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의 절반 가량이 라우드소싱에 모여 있습니다. 카페나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부터 대기업, 공공기관, 정부 등 누구나 크라우드 방식으로 디자인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분야에서 다수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것이죠.”

가격은 수십만원부터 몇천 만원까지 자유롭게 의뢰할 수 있다. “한마디로 라우드소싱은 디자인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플랫폼입니다.”

모든 것이 의뢰자 중심으로 구성된 라우드소싱의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디자인을 맡기고 싶은 개인이나 단체는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한 뒤 ‘콘테스트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면 디자인 공모를 진행할 수 있다. 디자인을 맡길 수 있는 분야는 회사 로고나 제품, 명함, 포스터, 간판, 브랜드 등 다양하다.

라우드소싱은 이용자의 디자인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샘플링 방식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로고 디자인을 맡기고 싶으면 로고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나열되는 여러 샘플 중 최대 3가지를 고른다. 샘플 또한 회원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만든 것들이다. 이후 제목을 정해주고 회사명과 회사 소개를 입력하면 된다. “샘플 방식을 도입한 것은 어떤 디자인을 맡겨야 할 지 잘 모르는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취향 파악을 위한 기능들이 세분화된 점이 라우드소싱의 강점이자 차별점이다. 의뢰인이 겨냥하는 대상의 성별, 연령을 구분 할 수 있고 대중적 제품인지 고가품인지, 현대적인지 고전적인지 슬라이드를 움직여 원하는 분위기를 선택할 수 있다. 또 색상과 사용 목적, 표현하고 싶은 슬로건 등 총 9가지 조건을 정할 수 있다. “의뢰인의 성향과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기존 디자인 사업의 문제점이었죠. 이를 타파하기 위해 디자이너들과 사전 인터뷰를 거쳐 취향을 세분화하는 슬라이드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조건을 정했으면 의뢰 가격, 즉 공모전 상금을 지정하면 된다. 상금은 최소 30만원부터 상한선 없이 정할 수 있다. 당연히 상금이 높을수록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이 늘어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공모 기간은 1주일에서 최장 4주까지 선택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이렇게 올라온 공모들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고르면 된다.

의뢰인이 지원작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콘테스트가 끝난다. 이후 의뢰인과 선정된 디자이너가 세부 내용을 논의하면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전용 페이지가 형성된다. “의뢰인과 디자이너가 전용 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대화를 하며 구체적인 디자인 작업을 합니다. 철저하게 비대면 방식이죠.”

18만명의 디자이너들이 라우드소싱에 모이는 이유는 일감도 많지만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스터닝은 창작자가 갖고 있는 디자인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모든 공모전의 지원작들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보호한다. 오로지 의뢰인만 지원자들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또 라우드소싱은 의뢰인과 디자이너 모두를 위한 비용 보호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의뢰인이 작업이 모두 완료된 뒤 ‘상금 전달 승인’ 버튼을 눌러야 디자이너에게 상금, 즉 비용이 전달된다. 작업하는 동안 스터닝이 상금을 보관한다. “디자이너들이 열심히 일하고 비용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막고, 의뢰인은 돈을 줬는데 디자이너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없애려고 이런 장치를 도입했습니다.”

디자인 플랫폼 라우드소싱에서 진행한 디자인 공모전들. 스터닝 제공


"경력 단절녀, 은퇴자 등 원하면 누구나 비대면으로 일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걸맞는 간편한 비대면 방식과 세분화된 기능, 각종 보호장치 덕분에 라우드소싱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아마존, 바카디 같은 해외 기업부터 삼성, LG, 롯데, 비씨카드 등 대기업과 현대약품, 몽고간장 등의 중소기업, 제주도, 영월군 등 지방자치단체까지 라우드소싱에서 디자인 작업을 의뢰했다. 제품과 캐릭터, 달력, 행사 포스터, 선물세트 포장, 로고, 명함 디자인부터 브랜드 작명까지 다양하다.

지금까지 진행된 콘테스트만 누적으로 1만6,000건에 이르며 상금 지급액은 지난해 100억원을 넘었다. 100억원 이상의 디자인 의뢰가 라우드소싱에서 일어났다는 뜻이다.

스터닝의 매출은 상금 수수료를 통해 발생한다. “디자이너에게 상금을 전달할 때 수수료를 떼고 지급합니다. 수수료는 상금 액수에 따라 11.7~16.7% 사이에 결정됩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라우드소싱 이용자가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본다. “모든 디자인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 코로나19 환경에 적합하죠. 또 코로나19 때문에 취업이 힘든 요즘 디자이너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비용 절감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회사 내부에 디자인팀을 꾸릴 여력이 되지 않거나 디자이너를 고용할 수 없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디자인 의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도 한 군데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사회에 갓 진출한 디자이너는 경력이 없으면 일하기 힘든데 스터닝은 이들에게도 활동 기회를 준다. “결혼하고 육아문제로 경력이 단절된 디자이너나 나이든 은퇴자,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 등 성별, 연령을 막론하고 누구나 일을 맡을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취직이 힘든 시대에 재능만 있다면 신인을 포함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셈이죠.”

김승환 스터닝 대표가 기업에게는 비용 절감, 디자이너들에게는 성별이나 연령, 경력에 상관없이 능력 만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라우드소싱의 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이용하는 보편적 서비스 만들 것”

김 대표가 디자인 플랫폼 기업을 구상한 것은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미국서 고교와 대학을 마친 그의 전공은 경영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 IT경영학을 전공한 뒤 2011년 귀국해 바로 스터닝을 창업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디자인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느꼈어요. 애플처럼 잘 나가는 기업들은 품질 못지 않게 디자인을 강조했어요.”

이를 지켜본 김 대표는 갈수록 디자인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디자인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했다. 당시 구인구직 소개사이트 링크드인처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할 때였다. “제가 디자인을 할 수는 없지만 디자이너들이 모이게 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플랫폼 사업을 구상하게 됐죠.”

창업 자금은 고교 친구 3명이 각각 1,000만원씩 내놓았다. “시끌벅적하다는 라우더와 사람들이 모인다는 뜻의 크라우드 소싱을 합쳐서 사명을 지었어요. 디자인 분야에서 요란하고 재미있는 일을 공개적으로 해보자는 뜻이죠.” 3명이 시작한 회사는 현재 직원이 30명으로 늘었다.

올해 김 대표는 최근 새로 시작한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지난해 말 신설한 디자이너들에게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스터닝 센터'를 확대할 방침이다. 스터닝 센터에서는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글자 폰트와 이미지 등을 대표로 계약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할 예정이다. 또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스터닝 포트폴리오 캠프'도 14일까지 모집한다. "캠프를 통해 김한솔 아트디렉터가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포트폴리오의 기획과 구성, 편집 등 전 과정을 무료로 지도하고 자문해 줄 예정입니다."

김 대표의 목표는 앞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보편적인 플랫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 디자이너의 절반이 이용하는 만큼 이들에게 제일 중요하고 사랑받는 서비스가 되고 싶어요. 이를 위해 디자이너들을 위한 세미나 등 각종 행사를 많이 기획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스터닝 이용자들이 점점 늘고 있어서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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