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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첫 배상 판결...日 진정성 있는 사과 외면 말라

입력
2021.01.09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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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정식 재판에 회부된 지 약 5년 만에 1심에서 승소한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목도리가 둘러져 있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정식 재판에 회부된 지 약 5년 만에 1심에서 승소한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목도리가 둘러져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이 8일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가 국내 법원에 낸 손배 소송 중 첫 판결이다. 법원은 일본의 불법 행위로 원고들이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인정했다. 원고 중 일부가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은 안타깝지만 늦게라도 피해자의 한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린 건 다행이다. 일본으로서도 진정성이 담긴 사과와 반성이 먼저라는 국제 여론에 귀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

이번 재판은 반인도적 범죄는 '국가면제'의 예외란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적잖다. 일본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나라를 소송 당사자로 재판할 순 없다는 ‘국가면제’ 주장을 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본 제국에 의해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는 국가면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위안부 사건을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국제 범죄로 규정하고, 보편적 민사 관할권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일본은 판결이 나오자 유감을 표하고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문제가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청구권 협정에도 개인 청구권까지 사라진 건 아니고, 위안부 합의도 피해 당사자가 배제된 졸속 합의란 점에서 진정한 해결과 거리가 멀었다. 문서가 역사를 덮을 순 없고, 합의가 진실을 가릴 수도 없다.

공교롭게 이날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가 공식 임명됐고 일본도 새 주한대사를 발표했다. 강제징용 배상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멀어진 한일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양국이 외교력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일본 정부가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더는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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