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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대전' 준비한 국민의힘, '호랑이 굴' 피한다는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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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대전' 준비한 국민의힘, '호랑이 굴' 피한다는 안철수

입력
2021.01.10 11:00
수정
2021.01.10 17: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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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왼쪽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대근 기자

김종인(왼쪽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대근 기자


'기호 2번으로 뭉쳐야 이긴다' vs '기호 4번을 선택해야 이긴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입당 문제를 놓고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씨름이 가열되고 있다. 야권이 한 명의 후보만 내야 더불어민주당을 이긴다는 계산은 같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뭉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과 안 대표가 맞이할 미래가 달라진다.


안방서 붙어야 '최악' 피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8일 서울·부산 보궐선거 본경선 '100% 여론조사 도입'을 확정하며 안 대표를 향한 문을 활짝 열었다. 당원 투표를 제외해 외부인사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었으니 입당해서 경쟁하라는 뜻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안 대표의 용단을 기대한다"며 '선(先) 통합 후(後) 단일화'를 압박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안방 대전'을 발 빠르게 준비한 건 야권 단일화의 주도권을 안 대표에게 넘겨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달 5~7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로 국민의당(6%)보다 3배 이상 앞선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에게 계속 끌려다니다가 떠밀리듯 단일화를 하고 패배하는 건 최악의 수다. 보궐선거 결과가 대선레이스는 물론 향후 당의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1년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교훈이 국민의힘엔 반면교사다.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최종 승리하자 민주당은 상처를 입고 크게 흔들렸다. 책임 공방이 불거지면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물러났고 민주당은 자중지란을 반복하다 2012년 대선도 한나라당(박근혜 당시 후보)에 내줬다. '야권 단일 후보'가 승리해도 당은 패배할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안방에서 붙는 게 최선이다. 누가 당 후보가 되든 결승전에 올라 '끝판왕' 안 대표와 붙는 구도가 만들어지면 경선 주자들은 물론 당 전체 사기가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안 대표가 '기호 2번' 국민의힘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뛰면 '우리 후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일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에 들어오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당분간 만날 일은 없다"고 말한 이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대근 기자


호랑이굴 들어가면 승리 방정식 깨지는 安

반면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 입당 또는 합당은 '호랑이굴'에 스스로 들어가는 일이다. 102석의 국민의힘에게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이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안 대표는 2014년 민주당과 합쳐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다.

실존적 고민도 있다. '안철수 브랜드'는 보수든 진보든 틀에 갇히지 않아야 빛난다. 리얼미터가 TBS와 YTN 의뢰로 지난해 12월 29, 30일 실시한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안 대표는 24.9%로 1위였다. 지지세력의 이념 성향은 보수(35.2%) 중도(27.2%) 진보(13.6%) 부동층(17.1%)으로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는 물론 국민의힘, 민주당을 각각 지지하다 방황하는 이들이 안 대표의 주요 지지층란 얘기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순간 안 대표의 지지율이 추락할 위험이 높다.

'보수에 갇히지 않아야' 안 대표의 매력은 유지된다. 때문에 국민의힘 밖에서 만드는 야권 단일화 그림을 그린다. 안 대표 측근은 "국민의힘이 100% 여론조사로 시민경선을 해도 방법은 여러가지"라며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는 당 밖에서 무소속으로 같이 경선을 뛰지 않았느냐"고 예를 들었다. 또 다른 안 대표 측근도 "중도 확장성을 꾀하는 게 공통된 목적인데, 자꾸 안으로만 들어오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국민의힘 후보부터 정해야 진전된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2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 외곽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김무성 공동대표를 찾아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지난해 11월12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 외곽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김무성 공동대표를 찾아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야권 승리 바라지만… 국민의힘·안철수 '동상이몽'

안 대표의 구상에는 서울시장 선거 이후 모습도 담겨 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면서 외부 단일화라는 '느슨한 연대'로 승리하면, 추후 신당 창당 등을 통해 야권 재편의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 대표의 승산이 높지 않다는 분위기가 있다. 실제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 신년 여론조사(지난달 28~30일 실시)에서 안 대표의 비호감도는 63.1%에 달했다. 안 대표 경쟁력에 '거품'이 있다고 보고, 안방 대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서울시장 출마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번주 안 대표와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오 전 시장은 후보등록 개시 전날인 17일까지 안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두 사람간 회동이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기싸움에서 일종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리얼미터·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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