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아랍국 평화협정, 아랍 평화냐 분쟁의 씨앗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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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아랍국 평화협정, 아랍 평화냐 분쟁의 씨앗이냐

입력
2021.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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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간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역사적인 협정이 체결됐다. 이날 협정식에는 (왼쪽부터)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 2020년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간 관계 전환점이 된 해다. 그 물꼬를 튼 것은 9월 15일,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평화협정(아브라함 협정) 체결이다. 공식 명칭은 '아브라함 의정서 평화협정: UAE와 이스라엘 간 평화외교관계 및 전반적인 정상화 협정'. 이 조약 후반부에 국가 간 정상 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로 구성된 부속서가 포함되어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세 번째 평화협정이었다.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 이후 41년, 1994년 이스라엘과 요르단 간 평화협정 이후 26년만의 일이다. 이스라엘과 바레인 간 평화협정 '아브라함 의정서: 평화, 협력, 건설적인 외교적, 우호적 관계 선언'도 체결됐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네 번째 평화협정이었다. 이들 협정이 중동 지역 정치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기에 2021년 미국과 중동, 세계 정세를 읽는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가 지난해 9월 서명한 협정문. 중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증인으로 서명을 함께 했다.


연달아 문 연 이스라엘-아랍 국가들

지난해 9월에 백악관에서 동시에 서명된 이스라엘-UAE, 이스라엘-바레인 평화협정은 '아브라함 의정서(Abraham Accords)'라는 공통 명칭을 사용했다.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동 조상 '아브라함'을 상징화하기 위함이다. 의정서를 복수형(Accords)으로 쓴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여러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실제 한 달 후 이스라엘은 또 다른 아랍 국가인 수단과의 평화협정을 추가로 체결했다. 지난해 10월 23일 체결된 이 협정의 정식 명칭은 '이스라엘-수단 정상화협정'. 수단은 과거 아랍-이스라엘 전쟁에 군대를 파병했던 국가로, 이번 협정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후에도 협정 체결은 계속됐다. 지난달 10일에는 '이스라엘-모로코 정상화협정'이 타결됐다. 모로코의 서부 사하라 지역 주권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협정을 맺은 것이다. 모로코는 1979년 국제사회 동의 없이 이 지역을 병합해 이후 원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수단·모로코와의 협정 공식명칭에는 '아브라함 의정서'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미뤄볼 때 이들의 관계는 인종·역사적 고리에 방점을 찍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부 사하라 주권 문제처럼 각자 자국의 이익, 특히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좇아 서로 주고받기를 한 것이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아랍국들과의 경제관계 정상화와 팔레스타인 서안지역 유대인 정착촌의 이스라엘 주권화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다.

바레인의 걸프에어 항공기가 지난해 12월 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근처의 벤 구리온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관계 정상화 이후 바레인 정부 대표단이 사업 목적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텔아비브=EPA 연합뉴스


사우디와도 평화 분위기 조성되나

연이은 관계정상화 소식에 세계가 주목한 것은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선택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비밀회동을 통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평화협정 체결을 시도했다. '이란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이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지체 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내 정치엘리트들 간에 일치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고 아랍 전체가 주시한 중대한 사안이라는 부담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2년 사우디(당시 압둘라 왕세자)가 '중동평화계획'을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고리로 중동평화를 구축하고자 했다. 1948~49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웨스트뱅크, 가자지구,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포함한 모든 점령지에서 철수하고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었고, 계획 발표 직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세력인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30명이 숨지면서 모든 논의는 중단됐다.

18년 전과 달라진 것은 사우디의 협상 명분이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라는 아랍 대의가 아니라 대(對)이란 정책이라는 자국 안보를 중심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만약 이 협정이 체결되면 트럼프 정부가 추진해 왔던 이스라엘 편애 정책인 '중동평화구상', 즉 '세기의 빅 딜'이 달성되는 것이고 중동 국제관계에는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이런 미국의 중동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유대인 표를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으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자신을 '친유대인' 후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관계 정상화 이후 처음 상용 여객기가 운항된 지난해 11월 26일 텔아비브에서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이스라엘인들이 여권을 들고 서 있다. 두바이=AFP 연합뉴스


아랍 평화냐 또 다른 분쟁 씨앗이냐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은 큰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간 평화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 2018년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탈퇴 후 이란을 미국, 이스라엘, 아랍국들의 '공동의 적'으로 낙인 찍은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을 중재하며 '이란으로부터의 공동의 위협'을 강조해왔다. 중동지역에 일종의 신냉전 구조를 형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문제는 바이든은 JCPOA 복귀를 공언했다는 점이다. 미국이 적극 중재에 나선 핵심 명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선 기간 중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의 이란 정책을 "위험한 실패" "대서양 동맹의 균열 초래"라고 비판했다. 취임식도 하기 전인 새해 초부터 이란의 바이든 압박이 시작됐다. 우라늄 농축 농도를 JCPOA 협정 내용보다 8배 이상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바이든을 향해 빠른 협상 테이블 복귀를 재촉했다.

협정 자체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분노도 크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UAE와 바레인의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 확정 시점에 이란 영토 내에서 이란 핵물리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살해 사건도 발생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이란 정책에 딴지를 걸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정은 그들 사이에는 평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와 바이든의 엇갈린 중동 정책은 혼돈을 일으켜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랍인 갈등, 시리아와 예멘의 내전, 무슬림형제단 및 극단 정치이슬람 세력의 진화된 바이오 테러 가능성 등은 현존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잠시 멈춘 듯 보이지만 그 에너지는 쌓이고 있다. 중동사는 물론이고 인류사는 영원한 '분쟁과 평화의 역사'인가.... 연초부터 우리 모두의 마음에 '평화의 싹'을 키우겠다고 다짐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교수, 2020년 한국중동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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