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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접종 미뤄 1차부터 최대한"… '백신 속도전' 英정부의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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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접종 미뤄 1차부터 최대한"… '백신 속도전' 英정부의 무리수?

입력
2021.01.02 15:28
수정
2021.01.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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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간격 4→12주 넓히고 '백신 혼용' 지침도
의학계 비판 성명… 美파우치 "난 찬성 안 해"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시민들이 런던 브리지 인근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 앞에 줄지어 서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시민들이 런던 브리지 인근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 앞에 줄지어 서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1, 2차 접종 간격을 넓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를 단기에 최대한 늘리려는 영국 정부의 시도가 논란을 빚고 있다. 비과학적인 데다 졸속 결정이어서 신뢰만 잃게 될 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1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영국의학협회(BMA)는 전날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간격을 3배로 더 벌리겠다는 자국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리처드 바우트레이 BMA 지역보건위원장은 성명에서 “(지금껏 1차 접종을 받은) 노령 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사망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이라며 “이제 와 이들 수만명의 (2차) 접종 일정을 바꾸는 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또 접종 일정의 지연이 취약 계층 환자들의 정서 상태에도 악영향을 줄 거라고 그는 걱정했다.

더욱이 물리적으로도 무리한 일정 수정은 어렵다는 게 바우트레이 위원장의 의견이다. “내주 일정 전체를 바꾸라는 지침을 어제에야 전달 받았다”며 “임상 의료진들에게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런 일을 하게 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반발했다.

2회차 접종을 미루면 백신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현재 영국에서 접종되고 있는 백신 제조업체 화이자(미국)는 성명을 통해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임상 3상은 21일 간격으로 투여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1회차 접종 뒤 21일이 넘어가도 바이러스 방어가 유지됨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없다”고 짚었다.

미국 최고의 코로나19 대응 분야 권위자까지 영국 정부와 반대편에 섰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임상 결과에 따르면 2회차 접종의 최적 시기는 모더나 백신의 경우 1회차 접종을 한 지 28일, 화이자 백신은 21일 뒤”라며 데이터를 따르고자 한다면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접종 간격 확대가 옳으냐를 놓고) 논쟁은 할 수 있다”면서도 “그 방안에 찬성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미국)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반면 정부 보건 당국자들은 기대되는 위험과 이익을 따져봤을 때 접종 간격을 넓히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최고 의료 책임자들은 의료 종사자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단기적으로는 2회차 접종에 따른 백신 효능 증가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방어의 대부분은 1차 접종 뒤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영국 정부는 1, 2회차 접종 사이의 간격을 4주에서 12주로 넓히겠다고 발표했다. 일단 최대한 많은 사람이 1차 접종을 받게 하기 위해서다. 영국이 사용을 승인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영국)의 코로나19 백신은 3~4주 간격으로 주사를 두 번 맞아야 한다. 2회차 접종(booster shot)은 효능을 더 높여 준다.

더불어 2회차에서 1차 때와 다른 백신을 투여해도 괜찮다는 영국 정부 백신 접종 지침도 논란거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최근 공개한 지침에서 “2회차 접종 시기에 1차 접종 백신을 얻을 수 없거나, 1차 때 투여한 백신의 제조사를 알 수 없을 경우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안내했다.

이에 서로 다른 백신을 혼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학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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