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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은 가라

입력
2021.01.0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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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시 어달리 앞 바다에 어둠이 깔린 가운데 동쪽 하늘부터 새벽이 밝아오는 신호인 푸른색과 붉은색들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원 동해시 어달리 앞 바다에 어둠이 깔린 가운데 동쪽 하늘부터 새벽이 밝아오는 신호인 푸른색과 붉은색들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원 동해시 어달리 앞바다에 구름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가운데 험난한 파도를 헤치면 고깃배 한척이 바다로 향하고 있다.

강원 동해시 어달리 앞바다에 구름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가운데 험난한 파도를 헤치면 고깃배 한척이 바다로 향하고 있다.


강원 동해시 어달리 앞바다에 해가 떠오르면서 황금빛 파도가 해안가 바위들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강원 동해시 어달리 앞바다에 해가 떠오르면서 황금빛 파도가 해안가 바위들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프랑스 속담에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해가 뜨고 질 무렵엔 저 언덕 너머 보이는 존재가 친근한 개인지 무서운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데, 이때를 가리켜 프랑스 사람들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이는 어둠과 밝음의 경계의 시간인 ‘불확실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 일출을 보기 위해 강원 동해시 어달리해변을 찾았을 때, 나는 그 ‘개와 늑대의 시간’을 경험했다. 어두웠던 하늘은 파랗게 변해 일출이 다가왔음을 알렸지만 칠흑 같은 어둠에 싸인 바다는 파도와 암초들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다만 멀리서 반짝이는 등대만이 이곳이 바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시퍼렇던 하늘에 한줄기 불빛이 내리치며 바다의 모습이 일순 드러났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시뻘건 태양과 거친 바다를 힘차게 지나는 고깃배들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드디어 불확실성의 시간이 가고 새로운 날이 온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해변 곳곳에는 코로나19로 백사장이 폐쇄됐다는 안내문과 차단선이 있었다.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새해 해맞이 관광객들도 없어 한없이 을씨년스러웠다. 부디 올 한해는 누구나 평화롭게 일출을 볼 수 있는 ‘희망과 기쁨이 시간’이 찾아오길 기원해 본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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