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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장관 지명된 '국회 길냥이 대모' 한정애

입력
2021.01.02 10:00
수정
2021.01.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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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손 꼽히는 동물 복지 전문가?
장관 지명 날에도 동물보호법안 발의
유기견·묘는 물론 실험동물 환경 개선도 노력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깜짝 발탁되면서 그의 활동 이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관련 없어 보이는 독특한 이력 때문인데, 정계에 진출하기 전 노동 운동가로 활동한 점이 유독 부각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한 후보자는 국회에서 소문난 동물 사랑꾼입니다. 오죽하면 '국회 길냥이(길고양이) 대모'라고 불릴 정도에요.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한 후보자의 평소 의정 활동을 보면 동물 복지 증대에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관련 입법에도 힘을 쏟았답니다.

한 후보자는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날인 지난달 30일에도 동물복지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어요. 장관이 되면 의원 신분을 유지해도 법안 발의를 하기 어렵기에 마지막까지 동물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는데요.

한 후보자가 낸 법안은 식용 개·고양이의 판매·유통 행위 금지를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입니다. 한 후보자는 20대 국회 때부터 식용으로 키워지는 개·고양이 문제 관련 입법 활동에 힘을 쏟았어요. 그는 2017년 10월 식용 개를 키우는 육견 농장에서 개에게 음식물류 폐기물을 먹일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한 후보자의 동물 관련 입법 활동을 함께 해 온 동물운동가인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지난달 3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20대 국회 때 이 법안을 발의해 전국의 육견 농장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런 분들이 항의하면 의원들은 표 때문에라도 소극적으로 바뀌는데 한 후보자는 끝까지 법안을 밀어붙였다"고 전했는데요.


세계가 인정한 '동물 복지 로비스트'

2018년 11월 19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으로, 한 의원이 러쉬 프라이즈에서 한국인 최초로 로비 부문 특별상을 받는 모습. 한정애 페이스북 캡처

2018년 11월 19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으로, 한 의원이 러쉬 프라이즈에서 한국인 최초로 로비 부문 특별상을 받는 모습. 한정애 페이스북 캡처

한 후보자의 동물 사랑은 반려동물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가 21대 국회에서 낸 법안만 보더라도 동물원 동물, 실험 동물, 야생 동물 등 동물 복지 관련 여러 분야에 걸쳐 동물 사랑을 실천해 왔는데요. 동물단체들은 국회의원 중 동물 복지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의원으로 한 후보자를 꼽아왔다고 합니다.

한 후보자는 앞서 지난해 9월 동물원·수족관 영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관련 사업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어요. 8월에는 동물 실험의 윤리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실험동물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한 후보자의 동물 사랑 실천은 입법 활동에 머물지 않는다고 해요. 실제 동물들이 어려움에 처한 현장을 돌며 애로사항 해결에 직접 나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 후보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유기동물 입양 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힌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 후보자가 20대 국회 때 입양 센터를 두차례 방문했다는 글을 올렸어요. 그는 한 후보자가 유기견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유기동물 구호 활동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2017년 11월 4일 한정애(오른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으로, 동료 의원들과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뒤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한정애 페이스북 캡처

2017년 11월 4일 한정애(오른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으로, 동료 의원들과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뒤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한정애 페이스북 캡처

한 후보자는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동물복지국회포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한 후보자는 국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드는 데 앞장섰습니다. 2016년 9월 국회 의원회관 지하주차장에 나타난 길고양이들의 입양을 도왔고, 국회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의 끼니 해결을 위해 국회사무처와 동물복지국회 포럼에 급식소 설치를 제안했어요. 길고양이들의 쉼터를 마련해 주고자 국회에 캣타워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한 후보자의 동물 복지 실천은 상으로도 인정 받았습니다. 그는 2018년 동물대체시험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러쉬 프라이즈'에서 동물 시험 대신 동물 대체 시험을 우선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 개정안'을 처리한 공을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로비 부문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7년에는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로부터 반려동물 생산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동물 관련 엉업의 허가제 전환이 담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 감사패를 받았다고 합니다.

야생동물 생태계 개선에도 관심 보여

한정애(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왼쪽 두 번째)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정애(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왼쪽 두 번째)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 후보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동물 복지를 넘어 인간과 동물이 한 생태계에서 공생할 수 있도록 생태계 개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해요.

최근 코로나19 등 각종 변이 바이러스가 야생 동물 생태계를 망치는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문제 제기가 있죠. 각국은 이에 야생동물 채집 규제에 나서는 등 동물 생태계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마스크와 방역 활동에만 집중할 뿐, 생태계 전반을 개선하는 것은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해요.

한 후보자는 7월 국회에서 인간과 동물 질병 예방 정책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는데요. 한 후보자와 바이러스 전문가, 동물단체들은 이 자리에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불필요한 접점을 줄여나가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했습니다.

이형주 대표는 "환경부는 개인의 야생동물 소유 목록을 지정하고 야생 동물 검역과 거래·관리 시스템 구체화에 나서기로 했다"며 "한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동물 복지를 넘어 생태계 문제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어요.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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