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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생활비에 늘어가는 의료비... "연금만으로 어떻게 사나요"

입력
2021.01.06 04:00
수정
2021.01.06 09: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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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금 부담 큰 2030, 복지 부족한 6070

편집자주

2030·6070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다.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싸가지’와 ‘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세대간 공정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외침이다.

이덕운(오른쪽)씨와 임순단씨가 책을 읽고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덕운(오른쪽)씨와 임순단씨가 책을 읽고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연금만 받아선 못 살아요. 생활비로 쓰기에도 모자라는데."

서울 성북구 30평대 아파트에 단 둘이 사는 이덕운(80)·임순단(75)씨 부부. 겉보기엔 내 집에서 남 부러울 것 없이 사는 괜찮은 노후다. 그러나 이씨 부부 가계의 숨은 문제점은 자산에 비해 소득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고정 수입은 국민연금 42만원과 기초연금 40만원을 합친 82만원. 용돈벌이라도 하던 공공일자리(월 27만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뚝 끊겼다. 지금은 연금이 수입의 전부다.

이 집은 과거 살던 낡은 빌라가 재개발된 덕에 얻을 수 있었단다. 내 집(자산의 소득 전환)이 있고 자녀(부양 의무자)가 있기 때문에, 이씨 부부의 소득이 아무리 낮아도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자는 될 수 없다.

고령층 51% "노후 준비 안 됐다"

이덕운(오른쪽)씨와 임순단씨는 집에 있는 사이클 기구를 타며 하루를 보낸다. 배우한 기자

이덕운(오른쪽)씨와 임순단씨는 집에 있는 사이클 기구를 타며 하루를 보낸다. 배우한 기자

젊은 시절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바쳤던 6070 세대는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대비하는 일에 소홀했다. 통계청 사회조사(2019년 기준)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 중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51.4%로, 노후와 가장 거리가 먼 20대(19~29세·59.6%)를 제외하고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이미 노후가 닥친 세대의 노후 준비가 가장 부실하다는 얘기.

이덕운씨 부부도 그렇다. 이씨는 "젊었을 적 아들 둘을 키우느라 노후 자금을 만들어 두지 못했다"며 "80만원으로는 생활하기가 아주 팍팍하다"고 하소연했다. 아파트 관리비 30만원에 두 사람의 병원비와 약값을 더하면 고정 지출이 최소 40만원. 식비와 공과금을 추가하면 남는 게 없다. 에어컨은 장식품이 된 지 오래고, 겨울엔 안방과 거실에만 난방을 돌린다. 그래도 겨울 난방비가 월 8만원. 수입의 10%다.

품위와 여유 있는 노년도 남 얘기다. 여행은커녕 외식 기억도 아득하다. 신세 진 분들에게 한 한끼 대접할 마음을 먹기도 쉽지 않다. 이씨 부부는 여기서 더 이상 돈 들어갈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 이씨는 "아직 빚은 없지만, 이러다 빚을 질 수도 있겠다 싶다"고 토로했다.

밤이면 캔 찾아 삼만리

지만형씨가 밤새 모은 캔을 쏟아 비닐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만형씨가 밤새 모은 캔을 쏟아 비닐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그나마 고령층이 가장 믿는 구석은 국민연금이다.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노후 준비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꼽은 고령자의 비율이 31.1%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기초가 되는 노령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은 52만3,000원(2019년 6월 기준)에 그친다. 일자리가 있던 시기의 소득을 대체하기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용산구 동자동 주택에 혼자 사는 지만형(64)씨가 딱 평균 액수를 수령하는 국민연금 수급자다. 지씨가 받는 국민연금은 한 달에 50만원. 어렵게 살던 시절 여인숙을 전전하면서도 끝까지 국민연금 붓기를 포기하지 않은 덕에, 그나마 받는 돈이다.

좁디좁은 방이지만 월세는 30만원. 몇 해 전 뇌경색 진단을 받아 의료비까지 추가로 드는 통에, 혼자 살기에도 50만원은 당연히 부족하다. 지씨는 밤마다 집을 나서 알루미늄캔을 줍는다. 그는 "1년 반째 캔을 줍고 있는데, 요새는 날씨가 추워서 캔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며 "모으고 모아 일주일에 한 번씩 파는데, 잘 받아야 1만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관할 주민센터에 기초수급자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지금 받고 있는 국민연금 때문에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 지씨는 "서울시 자활근로 사업으로 3개월 동안 야간순찰 업무를 했는데, 그것도 이번 달이 마지막"이라며 "생활비는 없고, 아직 살 날은 많은데 캔은 수입이 안 돼 걱정"이라고 씁쓸해했다.

지씨의 주식은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다. 그의 식탁에선 고기 반찬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마저도 부러운 노년

시각물_고령층의 노후준비 방법

시각물_고령층의 노후준비 방법

생존 한계 선상에서 살고 있는 지만형씨지만, 아무런 노후 준비가 안 된 6070 입장에선 지씨가 받는 국민연금 50만원마저도 부러운 수입일 수 있다. 국민연금은 10년의 납부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연금으로 받지 못하고 납부한 금액에 소액의 이자를 더해 일시금으로 받아야 한다.

임종익(66)씨가 이렇게 수급자에서 탈락한 경우다. 구멍가게를 하며 잠시 국민연금을 납부하다 말았고, 식당도 했었지만 장사가 안 돼 바로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돈을 벌던 시기에 여윳돈이 없던 탓에,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며 노후마저 불안한 현실이다.

임씨는 "국민연금을 계속 부었더라면 아주 큰 돈은 아니지만 노후에 조금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면서도 "연금도 아무나 내는 게 아니지 않냐. 능력이 있어야 내는 건데 그것조차 낼 돈이 없어서 못 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통계청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2019년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수급률은 50.9%에 그친다. 고령층 둘 중 하나는 연금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는 뜻이다. 특히 여성 고령자의 수급률은 35.9%에 그쳐, 남성(71.0%)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윤한슬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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