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확인하고도 선내 진입 실패
높은 파도 등으로 수중수색 막혀
제주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 승선원 7명에 대한 구조·수색작업이 악천후로 난항을 겪고 있다. 강풍과 높은 파도에 선박이 침몰, 승선원들의 생존 가능성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30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4분쯤 제주항 북서쪽 약 2.6㎞ 해상에서 제주시 한림선적 저인망어선 32명민호(39톤)가 전복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부터 이틀째 구조·수색작업이 진행됐지만 실종선원들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 선박에는 선장 김모(55)씨를 포함해 한국인 선원 4명과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3명 등 총 7명이 타고 있었다.
해경은 사고 발생 직후 해경구조대와 특공대, 항공구조대가 선내 선원 구조를 위해 전날 9시 52분부터 총 8차례에 걸쳐 선내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사고 해역에 4∼5m 높이의 파도와 초속 16∼18m의 강풍, 전복 선박에서 유출된 그물 등 어구들이 반경 30m 주변으로 널려 있어 구조대원들은 선체 내 진입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구조대원 2명이 어깨 탈골과 무릎 부상 등을 입었고, 고속단정 2척도 파도에 침수됐다.
해경은 또 이날 오전 3시 13분까지 선내에서 생존신호를 보내는 일부 선원들과 전화통화와 타격신호를 지속하며 구조를 시도했지만,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이 명민호를 휩쓸어갔다. 이어 표류하던 선박은 이날 오전 3시 47분쯤 제주항까지 밀려온 뒤 서방파제와 충돌한 뒤 침몰했다. 해경이 사고 어선의 침몰을 막기 위해 설치한 리프트백(공기주머니)도 집채만한 파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해경은 함선 총 9척(함정 8척, 민간어선 1척), 헬기 1대를 투입해 제주항을 중심으로 동서 6.1㎞, 남북 5.9㎞ 해상을 정밀 수색하고 있다. 육상에서도 이날 1,000여명의 인력을 투입, 제주시 사수포구-삼양동 해안 구간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실종 선원과 선박을 발견하지 못했다. 수중수색은 기상 상황 나빠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악천후로 구조·수색 작업이 발목 잡히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현재 사고 해역 수온은 18∼19도다. 실종자들은 이 조건에서 최대 33시간 생존할 수 있지만, 강풍과 파도 등으로 이 ‘골든타임’은 줄어들 수 있다. 또 제주도 앞바다에 발효 중인 풍랑경보는 1일 오전에야 해제될 것으로 예보돼 향후 구조·수색 작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항공기 4대를 동원해 조명탄 300여발을 투하하는 등 야간에도 제주항 인근 해상 주변과 해안을 집중적으로 수색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야속한 기상상황이 구조, 수색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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