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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차마 부르지 못하고"... 서울시장 출마선언 속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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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차마 부르지 못하고"... 서울시장 출마선언 속 '전략'

입력
2020.12.31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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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선거 도전자는 그야말로 혼을 쏟아 출마 선언문을 쓴다. 도전자의 철학과 비전을 압축해 보여 주는 동시에, 선거 전략을 제시하는 글, 그래서 '나를 뽑아야 한다'고 호소하는 글이 출마 선언문이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낸 여야 예비후보들의 출마 선언문을 30일 한국일보가 분석했다.


야권 "문재인 정권 폭주 저지!"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정례세미나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과 함께 정책 공약 구상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정례세미나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과 함께 정책 공약 구상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출마 선언문은 첫 문단에서부터 "문재인 정권은 민주주의의 적, 독재 정권이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4,000자 분량의 선언문에 '정권'이라는 단어가 17번 나오는데, '독재' '파렴치' '무도한' '무능' '폭주' 등 문재인 정부를 거칠게 공격하는 말과 함께다.

"저, 의사 안철수가 코로나19를 확실히 잡겠다"는 문장에서처럼, '코로나19'(6회) '백신'(4회) 등 '의사 출신'임을 부각하는 단어도 적극 활용했다.

'부동산'(6회) '집'(6회) '주택'(2회) 등 부동산 문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따라 붙은 말은 주로 '폭탄' '지옥' 등 정치적 표현이었다. 서울시장으로서 부동산 문제의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의 공약은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 "세금폭탄을 저지하겠다" 정도였다.

반면 경제통인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의 10년 족쇄,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대책 탓에 민간 공급이 전혀 안 됐다"며 출마 선언문에서 부동산 공약만 12개 이상 내놓았다.


여권 "민주당 재집권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우상호 민주당 의원의 출마 선언문은 '민주 세력 적통성과 민주당의 정통성'이 핵심이다.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민주'(13회) '민주당'(8회) '진보'(3회) '문재인'(5회)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적 마무리를 도울 조력자, 더불어민주당 재집권을 위해 헌신할 적임자"라고 호소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 거대 정당과 맞붙는 '다윗' 처지다. 그는 전문성으로 돌파하기로 한 듯, 출마 선언문에서 '도시 전문가'라는 점을 앞세웠다. '도시'가 37번이나 등장한다. "팬데믹 시대의 도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란 어떠해야 하는지 깊은 성찰과 용기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


안철수(왼쪽부터) 국민의당 대표, 우상호 민주당 의원,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문을 시각화한 그래픽. 워드클라우드

안철수(왼쪽부터) 국민의당 대표, 우상호 민주당 의원,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문을 시각화한 그래픽. 워드클라우드



野 "박원순 잘못 바로잡겠다" vs 與 "..."

고(故)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해선 여야 예비후보의 태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야권 주자들은 직설적으로 비판했고, 여당 주자들은 의도적으로 말을 아꼈다.

안철수 대표는 박 전 시장의 집무실이 있었던 서울시청 6층을 "음흉한 범죄와 폭력의 공간"이라 부르며 "이번 선거는 전임 시장과 그 세력들의 파렴치한 범죄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의원은 "전임 시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시정이 공백 상태"라며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호명하는 것을 최대한 피했다. 박 전 시장을 동정하는 여당 열성 지지층과 분노한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로 풀이된다. 김진애 원내대표는 우 의원보단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듯, "전임 박원순 시장의 최대 공은 서울의 주인이 시민임을 각인시켰다는 점"이라고 평했다.

박진만 기자
장채원 인턴기자
김단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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