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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한다고?

입력
2020.12.28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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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서재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서재훈 기자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한다고 한다. 그게 무슨 말인가? 선거로 선출된 행정부 수반이 행정부에 속하는 검찰조직을 지휘ㆍ감독함으로써 민의에 따른 통제를 기한다는 말로 이해된다. 대통령의 법무행정을 보좌하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그리고 법무부의 감찰ㆍ징계권 행사는 그로부터 정당화된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특정 사건에 대한 자기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것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로 반발했다. 터무니없는 말인가? 아니다.

헌정에서 차지하는 검찰총장과 검찰의 지위, 그리고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다수결 민주주의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검찰은 직제상으로 행정부에 속할 뿐 검찰의 기능은 일반 행정과 다르다. 검찰은 형사정책의 집행이라는 행정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합법과 불법의 기준에 따라 법을 구체적 사건에 적용하는 사법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 부르며, 사법부에 준하는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처럼 검찰을 사법부에 두는 나라도 있다. 직제상 검찰을 행정부에 둔 나라들도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행정부의 지휘ㆍ감독권을 자제토록 하는 제도 또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렇더라도 행정부가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상존하기에 국제사회는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규범을 만들어 왔다.

1990년 유엔이 만든 '검사의 역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검사를 "사법의 수행을 담당하는 본질적 행위 주체"로 규정하고 "국가는 검사가 협박, 방해, 괴롭힘, 부적절한 간섭, 민형사 등 책임에의 부당한 노출 없이 직무상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검사를 징계하는 경우 "제소는 적절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되어야" 하고 "독립된 심사에 회부되어야" 하며 "객관적인 평가와 결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4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각료위원회가 2000년에 채택한 '형사사법제도에서 검사의 역할'이라는 권고는 검찰이 법무부의 통제를 받는 나라에 대해 특히 주의를 당부했다. 수사지휘권의 행사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야 하고, "공직자 부패와 위법한 직권남용 등에 대해서는 방해받지 않고 기소할 수 있어야" 하며 "불기소의 재량적 결정은 검사의 배타적 권한에 속한다"는 권고는 특히 의미심장하다. 2010년 유럽평의회 베니스위원회가 제정한 '사법제도의 독립성에 관한 유럽 규준'에서는 검찰총장을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하기 위해서는 "해임의 근거가 법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언명하면서 기왕이면 헌법에 규정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의 규준들은 물론 검사의 의무도 강조하며, 검찰의 독립성이 자칫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경계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부 및 의회의 감시가 정당화되며, 별도의 기관, 즉 공수처와 같은 기관에 의해 검사의 범죄를 다스릴 필요성이 대두한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적 통제보다는 '책임성의 확보'로 보는 것이 옳다. 누구에 대한 책임인가? 국민에 대한 책임이다. 이는 결국 민주주의의 원리를 좇는 것이지만 지금 당장 수적 우세를 점한 정치세력의 의사에 복종하는 것이 아닌, 역사적으로 축적된 인민의 지혜, 그리고 그것을 담지하는 법치의 이념을 좇는 것이어야 한다. 법치는 더 근본적인 민주적 의사에 의한 지배를 뜻한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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