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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1등일 필요 없다?"...국민 감정 건드리는 '백신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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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1등일 필요 없다?"...국민 감정 건드리는 '백신 불통'

입력
2020.12.24 04:30
수정
2020.12.24 07:5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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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사회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우려를 표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겸 보건복지부 대변인의 23일 언론 브리핑 발언이다.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을 '1등 주의의 폐해'로 치부한 것이다. 한국의 인구 대비 백신 확보 물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4위에 그친다는 '팩트'는 증발했다.

더구나 국민 생명을 지키는 정부의 노력은 '세계 1등'을 향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의 '입'인 손 반장이 백신 도입의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 책임론을 방어하려다 실언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이는 백신 불안을 가중시키는 '당정청 불통'의 단적인 사례다. 백신 수급 현황을 설명하는 최근 당정청의 태도는 ①느리고 ②틀리고 ③신경질적이다.

①문 대통령의 너무 뒤늦은 수습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5부요인 간담회에서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늦지 않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 관련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 8일 영국이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 "우리 정부는 뭐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지 14일 만이다. 그 사이 약 40개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하거나 연내 접종을 예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르면 내년 2월, 늦어도 3월엔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백신 불안이 확산되자, 정 총리가 정부 대표로 뒤늦게 대국민 설명에 나서기로 했고 일요일 아침 방송 출연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 총리는 "7월엔 국내 확진자가 100명 정도여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등 비교적 솔직한 태도를 보였지만, 민심은 달래지지 않았다.

백신 혼선을 정리할 최고 책임자인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건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서였다. 청와대는 같은 날 '문 대통령의 올해 백신 관련 발언록'을 공개하며 '문 대통령이 백신 개발과 확보를 열정적으로 챙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9월까지 국산 백신 개발에 치중하다 백신 도입 적기를 놓친 측면이 크다'는 사실만 드러나고 말았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는 “문 대통령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것이 장점이지만, 정권 초기에 약속한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②'틀린 팩트' '무리한 논리'로 커지는 혼선

문 대통령은 22일 “백신 생산을 지원한 나라에서 먼저 접종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백신 생산 국가가 아닌 일본, 캐나다, 호주, 칠레, 싱가포르, 뉴질랜드, 이스라엘, 멕시코 등은 백신을 확보했거나 선구매했다. 문 대통령의 '잘못된 설명'은 "국정 최고 책임자가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해 상황을 오판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았다.

23일 정부에선 '백신 늑장 확보가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는 무리한 반론까지 등장했다. 손영래 반장은 “(백신을 먼저 맞는)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다행스럽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등 유명인이 선제적으로 백신을 맞으며 안정성을 홍보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백신 안정성을 문제 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향후 백신 접종도 힘들게 하는 불필요한 얘기”라고 했다.


③또 '남 탓'…'국민 대 언론' 갈라치기

당정청은 '정부의 백신 대처엔 문제가 없는데 언론이 왜곡 보도로 불안을 키운다'는 해묵은 논리로 맞서고 있다. 불안해하는 국민을 '언론 보도에 호도되는 존재'로 폄하하고, '국민 대 언론'으로 갈라치기 하려는 것이다. 20일 열린 고위 당정청 정례 회의에선 '코로나19 가짜뉴스 대응'을 안건으로 올려 언론 보도에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까지 이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대한 시기에 야당과 일부 언론은 근거 없는 괴담과 왜곡된 통계까지 동원해 국민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도적인 곡해와 가정, 때로는 서슴없는 거짓말들이 정돈된 기사들을 볼 때마다 그 이름(기자)들에 전화를 걸고 싶어진다”고 가세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전쟁에서 졌으면 지휘관이 변명할 게 아니라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해야 한다”며 “백신 관련 최종 결정 책임은 문 대통령에 있는데, 일제히 언론탓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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