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부문 수상작 '물질의 물리학'
21세기가 생명과학의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물리학은 과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주제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물리학 분야의 인기 있는 대중서는 대개 외국의 유명 저자들의 번역서이며, 국내 필자들의 저술도 이미 100년 전에 만들어진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처럼 대중적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주제에 주로 국한되어 있다.
양자물질을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물질의 물리학'은 지금 이루어지는 위상물질에 대한 최첨단 연구를 간결한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 자신의 경험과 유명한 물리학 이론 사이를 왕복하면서, 자칫 어려워 질 수 있는 주제에 읽는 재미를 부여한다. 19세기 영국 과학자들의 소용돌이 원자 모델이 21세기에 다시 부활하고 고대 원자론자들이 던진 근본 질문이 소환되면서, 저자의 이야기는 위상물질 연구라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이 중 저자 자신이 크게 기여한 스커미온 같은 물질 입자 모델에 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운데, 저자는 간발의 차이로 독일 연구자들에게 우선권을 빼앗겼던 경험이나, 묻혀버릴 것 같았던 자신의 연구가 새롭게 부활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묘사한다. 이론이 실험을 낳고, 실험이 이론을 유발하며, 추상적이기만 했던 물리 연구가 실용적인 기술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복잡한 현대 과학의 단면을 포착하게 된다. '물질의 물리학'은 우리나라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적인 연구를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 첫 교양 도서이며, 올해를 대표하는 교양서로 선정함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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