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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소매상 vs 유사전문가' 또 논란된 설민석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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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소매상 vs 유사전문가' 또 논란된 설민석 쇼

입력
2020.12.23 10:00
수정
2020.12.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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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강사 설민석에 대한 평가는 자기 분야의 지식을 대중적 언어로 전달하는 지식소매상에서부터 유사전문가, 지식야바위꾼까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이번에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 캡처

스타 강사 설민석에 대한 평가는 자기 분야의 지식을 대중적 언어로 전달하는 지식소매상에서부터 유사전문가, 지식야바위꾼까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이번에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 캡처


"세계사를 다루지만 그 안에 좀더 깊숙이 들어가서 한 주제를 벗겨볼 수 있는, 더 많이 감동 받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벌거벗은 세계사)'를 연출하는 김형오 PD는 지난 11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치고 다소 거창한 기획의도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스타 강사 설민석이 있어 가능한 일. "어떻게든 선생님(설민석) 이름을 팔아야 하니까." 이 자리에서 설민석이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감을 얘기하자 가수 존박이 거들며 한 말이다. '벌거벗은 세계사'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존박은 "설샘 방송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출연을 결심했다) 설샘이 뭘 가르치셔도, 노래를 가르치셔도 전 그 강연을 들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이름 석 자를 내건 제작진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지난 19일 두 번째 방송은 시청률 5.9%를 얻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초장부터 탈이 났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이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왔다. 곽 소장 페이스북 캡처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이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왔다. 곽 소장 페이스북 캡처


'벌거벗은 세계사'는 고고학자인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이 지난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퍼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19일 방송된 클레오파트라 편은) 사실 관계가 틀린 게 너무 많아 하나하나 언급하기 힘들 지경"이라는 곽 소장의 지적에 제작진은 다음날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여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실 관계에 기초해야할 '역사'를 다루는 데다 소위 '역사 전문가'라는 설민석의 권위에 기댄 프로그램인 만큼 그 근간이 흔들린 탓이다.

한국사 스타 강사였던 설민석이 방송계 블루칩이 된 건 딱딱한 역사를 귀에 쏙쏙 박히게 풀어내는 특유의 입담 덕이다. "어떤 재료든 그의 입을 통하면 맛깔난 음식으로 요리돼 나온다. 스토리 요리의 최고봉(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를 연출한 한승훈 PD)"이라는 평가다. 예능에 교양을 접목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방송사 입맛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비행기처럼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설민석의 세계사 강의를 듣는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시대 세계사 여행을 대리체험하고, 하늘길이 다시 열리는 날 나침반이 되겠다는 취지다. tvN 제공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비행기처럼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설민석의 세계사 강의를 듣는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시대 세계사 여행을 대리체험하고, 하늘길이 다시 열리는 날 나침반이 되겠다는 취지다. tvN 제공


그럼에도 '세계 곳곳의 숨겨진 역사와 문화를 설민석의 명품 강의와 함께 한다'거나 '감추어진 역사의 민낯을 낱낱이 벌거벗긴다'는 메시지를 시종일관 주면서 설민석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방송사와 설민석 역시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면서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자기 분야의 지식을 쉬운 말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지식소매상으로 그를 여전히 옹호하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유사전문가, 지식야바위꾼으로 폄훼하는 시선까지 극과 극으로 나뉘는 이유다.

곽 소장은 "방송을 통해 널리 지지 받는 유사전문가에 의해 이야기된 내용은 또 다시 '아주 정당하지는 않은 공신력'을 얻고 재생산돼 유통되기 시작한다. 어떤 사안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는 고착화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 강의'를 콘셉트로 한다면 당연히 기초적인 사실 관계의 정확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사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크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하도 인기라길래 몇 번 봤는데 강의 성격 자체가 사실 전달이나 역사 교양으로 보이진 않았다. 이걸 마치 교양처럼, 사실처럼 전달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방송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는 제작진이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석희 대중문화 평론가는 "방송사도 모르는 게 아니다. 다 알면서도 설민석이 유명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계속 내보낸다. 방송사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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