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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6번 95분간 국민 앞에 섰다'...싱가포르의 백신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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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6번 95분간 국민 앞에 섰다'...싱가포르의 백신 반전

입력
2020.12.22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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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셴룽 총리 '코로나 담화', 적시·솔직·신중 호평
방역 실패 때 백신 확보 착수 "방역보다 소통"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14일 코로나19 백신 확보 과정을 설명하는 담화를 하고 있다. 담화 캡처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14일 코로나19 백신 확보 과정을 설명하는 담화를 하고 있다. 담화 캡처

'방역 모범국가→방역 실패→백신 우선 확보국.'

싱가포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은 'U'자형 경제 전망과 닮았다. 이달 말 화이자 백신 도착과 전 국민 무료 접종 계획으로 최근 우리에겐 부러움과 비교 대상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9개월여 전만 해도 한국 내에선 "저렇게만 하지 말자"는 여론이 비등했다. 인구 570만명의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반전은 최악의 상황과 잠깐의 호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착실히 준비한 결과다.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코로나19를 설명하기 위해 올해 여섯 번, 총 95분간 국민 앞에 섰다. 짧게는 9분, 길게는 30분 정도 실시간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가 언급된 노동절 등 국경일 연설까지 포함하면 모두 9차례다. 리셴룽 총리의 '코로나 담화'는 정치연설과는 사뭇 달랐다. 화려한 무대도, 거창한 구호도, 감성적인 자료영상도 없었다. 와이셔츠 차림으로 때론 앉아서, 때론 연단에 서서 마치 동료를 대하듯 진솔하게 얘기를 이어 갔다. 첫마디도 늘 "저의 동료 여러분"이다.

코로나 담화는 적시에 이뤄졌다. 외신이 방역 모범이라고 치켜세우던 사태 초기(2월 8일)엔 "사재기를 하지 말고 확진자를 비난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3월 12일에는 한국의 신천지 사례 등을 들며 "종교 행사 참석을 자제하자"고 요청했다. 개학 강행 후폭풍과 이주노동자 감염이 폭증했던 4월엔 세 차례나 담화를 자청했다. 모든 국가가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일부 국가에서 접종 시작 소식이 전해진 이달엔 14일 "전 국민 무료 접종"을 선포했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격리돼 있는 기숙사 전경.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싱가포르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격리돼 있는 기숙사 전경.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메시지는 담백하고 솔직했다. 정부의 잘못은 시인하고 수정한 뒤 협조를 구했다. 3월 23일 개학 강행 이후 감염자가 늘자 4월 3일 담화에서 '비(非)필수업종 영업 중단과 온라인 수업 전환'을 발표했다.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감염자 수가 1만명에 육박하자 4월 21일 사태의 심각성을 솔직히 알린 뒤 마스크 착용 '권고'를 '의무'로 바꾸고, 이주노동자 집중 관리에 나섰다.

희망을 얘기하되 과장하지 않았다. 백신 확보는 코로나19가 최악이던 4월부터 이뤄졌으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이달 14일에야 "조용히 노력했다"고 발표했다. 확보 과정 및 향후 절차 역시 가감 없이 설명했다. 백신 접종을 권하면서도 검증 기간이 짧았다는 점도 함께 알렸다. 최근 2주 가까이 '지역감염=제로(0)'지만 28일부터 시행되는 완화 조치는 "8인 이하 모임만 허용"할 정도로 신중한 입장이다.

싱가포르 교민 조모(42)씨는 "국민이 궁금해할 시점에 솔직하면서도 신중하게 차근차근 현재 상황을 설명해 주는 리셴룽 총리의 코로나 담화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했다. 다른 교민은 "지도자의 발언과 정부 정책을 과장하지 않고 보도하는 언론도 정부 국민 간 신뢰에 큰 몫을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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