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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만성콩팥병 환자 교육에 정부의 지원 아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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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만성콩팥병 환자 교육에 정부의 지원 아끼지 말라

입력
2020.12.21 18: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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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 대한투석협회 이사장(분당제생병원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A(52)씨는 갑자기 온몸이 마비되는 증상으로 응급실로 실려 왔다. 검사 결과, 콩팥 기능이 10%도 남지 않은 말기 신부전이었고, 혈청 칼륨 수치까지 높아 응급 혈액 투석(透析)을 받았다. 몇 년 전 콩팥 기능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냈다.

B(65ㆍ여)씨도 몸이 붓고 숨이 찬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콩팥 기능이 정상의 5% 수준에 불과했고 폐부종이 심해 응급 투석을 받았다. 20여년간 동네 의원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아온 그는 몇 년 전부터 단백뇨 증상이 나타났지만 콩팥 기능 검사를 받지는 않았다.

만성콩팥병은 소변검사에서 알부민뇨ㆍ단백뇨ㆍ혈뇨 등 이상이 있거나 콩팥 기능이 60%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다. 성인 7명 중 1명꼴로 만성콩팥병 환자다. 매년 1만6,000명 정도가 새로 투석 치료를 받으면서 현재 10만명 가까이 투석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가 2배나 증가했다.

콩팥은 사구체 여과율로 분류하는 5단계 중 기능이 3단계까지 떨어져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콩팥 기능이 가장 나빠진 5단계(말기 신부전)일 때 투석 치료를 하지 않으면 수분ㆍ노폐물이 콩팥에서 배설되지 않아 구역ㆍ구토ㆍ부종ㆍ호흡곤란 등이 생긴다. 심지어 심부전ㆍ협심증ㆍ뇌혈관 질환 등이 생겨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당뇨병ㆍ고혈압 등과 같은 기저 질환이 있으면 더 위험하다. 따라서 콩팥 기능이 1~3단계(사구체 여과율 30mL/분 이상)일 때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검사ㆍ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투석 시기를 늦출 수 있고, 투석을 받더라도 응급 투석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2013년에 전국적으로 조사한 결과, 조기에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받은 사람(62개월)은 그렇지 않은 사람(3개월)보다 투석하는 시점을 20배가량 늦췄고, 생존율도 2.38배나 높였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015년 70대 이상 투석 환자를 조사한 결과, 조기 투석 의뢰 환자의 사망률이 2년간 24% 줄었다.

만성콩팥병은 단일 질환으로는 건강보험 지출이 비중이 가장 크다. 이 때문에 만성콩팥병을 잘 관리하면 건강보험 지출도 줄일 수 있다. 2014년 만성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국적인 연구에서 신장내과 전문의 진료를 늦게 받은 사람은 조기에 진료를 받은 사람보다 투석 전후 1개월간 의료비가 12%나 많았다. 만성콩팥병에 투입되는 건강보험료가 연간 2조원 가까운 것에 비춰보면 정부는 만성콩팥병 환자 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알부민뇨ㆍ단백뇨ㆍ혈뇨 등이 나타나도 가볍게 여겨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특히 당뇨병ㆍ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만성콩팥병의 가장 큰 원인인데 병ㆍ의원에서는 대부분 기저 질환만 치료하고 콩팥 기능 검사는 외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신장내과 전문의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병원 등에 가지 않더라도 투석 전문 병ㆍ의원에 가면 신장내과 전문의를 쉽게 만나 콩팥병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신장내과 전문의(또는 투석 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원은 대한신장학회 홈페이지의 ‘투석 전문의/인공 신장실 찾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윤철 대한투석협회 이사장(분당제생병원 원장)

정윤철 대한투석협회 이사장(분당제생병원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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