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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검찰도 법원도…20년 억울한 옥살이 앞에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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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검찰도 법원도…20년 억울한 옥살이 앞에 고개 숙였다

입력
2020.12.17 16:59
수정
2020.12.17 17:10
0 0

재수사 나선 경찰, 무죄 구형한 검사 직접 고개숙여
무죄 선고한 재판부도 "사법부 일원으로 사과말씀"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이 지난 7월 2일 오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피해자 및 유가족, 윤성여씨 등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이 지난 7월 2일 오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피해자 및 유가족, 윤성여씨 등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과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박정제)는 17일 오후 501호 법정에서 31년 만에 재기된 이춘재 8차 사건의 재심 선고에서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후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선고가 피고인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윤씨에 대한 사과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를 재개한 경기남부경찰청장이 가장 먼저 했다. 경찰은 이춘재로부터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는 진술을 받으면서 진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수사 경찰은 윤씨를 검거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진까지 했지만, 연쇄살인 미해결 압박을 받은 짜맞추기 수사로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폭행과 가혹행위, 증거조작 등이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재수사에 나섰던 경기남부경찰청 이춘재수사본부는 당시 수사 관계자 8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입건, 검찰에 송치했다. 재수사를 마무리 지은 경찰은 지난 7월 2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되신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와 그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배용주 당시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경찰의 과오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과 윤성여씨 등에게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직접 고개를 숙였다.

경찰청도 이날 윤씨의 무죄가 확정된 직후 자료를 통해 사죄의 뜻을 전달했다. 경찰청은 "경찰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무죄선고와 관련해 재심 청구인을 비롯한 피해자, 가족 등 관련된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뒤늦게나마 재수사를 통해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검거하고 청구인의 결백을 입증했으나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간의 옥살이를 겪게 해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31년 만의 이춘재 연쇄살인8차사건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윤성여씨가 검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7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31년 만의 이춘재 연쇄살인8차사건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윤성여씨가 검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도 윤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19일 열린 윤씨의 재심 결심공판에서 윤씨에게 무죄를 구형하면서다. 검찰은 “피고인(윤성여)이 유죄 판정을 받은 것은 당시 수사과정에서 한 자백, 그리고 피고인의 체모와 사건 현장의 체모가 동일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라며 “하지만 피고인의 자백은 경찰의 폭행·가혹행위에 의한 것으로 객관적 상황에 부합하지 않고,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고, 국과수 감정서에도 결정적 오류가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해 온 이상혁·송민주 두 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윤씨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날 무죄가 확정된 법정에서도 두 검사는 피고인석에 앉은 윤씨에게 다가가 사죄의 뜻을 전하며 악수했다.

임명수 기자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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