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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인력·백신, 다 못 챙겼다 … 커지는 '정부 실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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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인력·백신, 다 못 챙겼다 … 커지는 '정부 실기론'

입력
2020.12.11 1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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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89명 발생하면서 사흘 연속 700명 선에 근접한 1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89명 발생하면서 사흘 연속 700명 선에 근접한 1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잇따라 끌어올렸음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정부가 때를 놓쳤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바이러스가 더 기승을 부릴 수 있으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겨울 대유행' 경고가 계속 이어졌음에도 인력·시설·백신 어느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얘기다.

1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실책은 광복절 집회로 인한 2차 대유행이 잦아든 뒤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지난 가을을 허비했다는 얘기다.

1·2차 대유행 때 "병상 확충 등 필요" 경고 반복

우선 인력과 병상 부족 문제다. 대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강렬했던 1차 대유행 당시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대 909명(2월29일)까지 치솟으면서 병상이 바닥을 드러내자 입원하지 못해 집에서 대기하는 사람 수도 2,000여명에 달했다. 대구 동산병원이 병원을 통째로 비우고, 의료진들이 현장으로 뛰어내려가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이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의료진, 병상 확충 등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유행 때도, 광복절 집회시위를 기점으로 한 2차 대유행 때도 이 같은 경고는 반복됐다. 하지만 정부는 10월 12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낮추기만 했을 뿐, 더 이상의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3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전문가들의 지적은 고스란히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당장 8일 연속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0명 선을 넘나드는데,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10일 기준 1,751개만, 중환자 전담 병상은 52개만 남았다. 확진자가 집중된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은 서울(4개)·경기(3개)·인천(1개) 합쳐 8개가 전부다. 생활치료센터마저 가동률이 70~80%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서울의료원에 컨테이너병상을 짓고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을 포함한 수도권 공공병원 등을 포함해 병상 1,000여개를 확보하겠다 밝혔다. 또 의료계와 간담회를 통해 국립대병원에 중환자실 병상 37개, 서울대병원에 코로나19 중환자만 치료하는 임시병원 48개를 확보하고, 코로나19 거점병원을 3개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늦어진 대응에 이미 자택대기자가 수도권에서만 50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엄밀한 격리가 어려운 자택대기의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염을 방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지적하고 있다.

중환자실 간호인력 반년전부터 키우라 했는데...

공공병원을 비워 병상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공공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은 대개 의료취약계층인데 이 겨울에 이들을 어디로 내보낸다는 얘기냐"고 꼬집었다. 결국 시험이 치러지지 않은 의사국가고시 논란도 문제라 봤다. 누가 잘 했느냐 못 했느냐를 떠나,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대승적 판단을 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천 교수는 "내년에 인턴이 배출되지 않으면 의료진 부족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병상을 늘려도 의료인력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중환자실 간호인력을 미리 키워놔야 한다는 주장은 반 년 전부터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이제서야 350여명 규모로 교육훈련을 진행 중이다. 지금은 마무리 단계라 밝히고 있지만, 더 발 빠르게 준비했다면 지금과 같은 '의료진 과부화 현상'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백신 공급 물량도 부족 "정부 보수적 대응"

백신 문제도 그렇다. 현재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1,000만명분), 화이자(1,000만명분), 모더나(1,000만명분), 존슨앤드존슨(400만명분) 등 4곳의 백신을 확보했다.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 기구인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한 1,000만명분도 있다. 하지만 전국민 대상 접종은 불가능한 양이다. 그리고 개발이 진행 중인 백신이어서 백신 자체의 효과와 안전성은 물론, 공급 물량의 안정성도 확언하기 어렵다.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인구 대비 최소 60%(3,000만명) 접종을 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충분히 여유있게 구해둬야 한다. 천 교수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키려면 결국 답은 백신인데, 우리 정부가 너무 보수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날 "지난 여름부터 4개월간 중환자 진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직무유기'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건 이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초기의 어려움과 혼란상이 어느 정도 지나가고 상대적인 안정기가 왔을 때, 정부가 가장 먼저 했어야 하는 일은 인력과 시설, 그에 맞춘 매뉴얼과 훈련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이 가운데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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