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공수처장 후보 의결 정족수를 전체 추천위원 7명 중 6명 찬성으로 해 위원 2명을 추천하는 야당에 비토권을 주었던 조항을 재적위원 3분의 2(5명)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교섭단체의 추천위 구성 지연을 막기 위해 추천기한을 10일로 못 박고 이후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위원을 위촉할 수 있도록 했다. 25명 이내로 구성될 공수처 검사 자격도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낮추고, '재판·수사·조사업무 5년 이상 수행'을 삭제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말 제정된 대로라면 7월에 출범했어야 하지만 처장 추천을 두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지연전을 쓰는 바람에 지지부진하다 이번 개정에까지 이르렀다. 야당의 비토권 보장은 공수처가 '권력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해 온 국민의힘은 이를 출범 저지의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 사실이다. 여야가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로 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이대로라면 공수처가 언제 출범할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정 1년도 안 돼 또 법을 고쳐야 하는 정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수처 설치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오랫동안 국민이 열망해 온 검찰 개혁의 상징적인 조치다. 처장 후보는 추천 절차가 진행돼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위원 추천 인사 중심으로 인물이 어느 정도 압축된 상태다. 대통령에 추천할 후보 2명의 인선 문턱이 낮아진 만큼 지체 없이 추천, 임명 절차를 진행하고 이후 차장 및 검사, 수사관 인사도 서둘러 내년 초 출범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다만 정치적 중립을 상실한 검찰이 때때로 그랬듯 공수처가 독립성을 잃고 권력의 시녀가 되거나 한술 더 떠 자신이 두려울 게 없는 '괴물'이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막강한 수사권을 가진 공수처의 권한이 공정하게 행사되고 늘 통제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른 사법기관이 인지한 공직자 범죄의 공수처 의무 통보나 이번 개정에 포함된 검사 선발 기준 완화 등은 시행 중 문제가 있다면 보완을 검토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공수처의 중립성을 가늠할 첫 단추가 인사권을 쥔 처장 인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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